여적

야마카와 역사교과서에서 보는 희망

2021.12.19 20:25 입력 2021.12.19 20:58 수정

내년도 신설되는 일본 고교의 ‘역사총합’(總合·종합) 과목 교과서들 중 채택률 1위를 차지한 야마카와(山川)출판사의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의 한 부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을 다루면서 교과서에서 강제성 표현을 지우는 역사 왜곡을 추진해 과거 직접적 표현대신 간접적으로 강제성을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신설되는 일본 고교의 ‘역사총합’(總合·종합) 과목 교과서들 중 채택률 1위를 차지한 야마카와(山川)출판사의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의 한 부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을 다루면서 교과서에서 강제성 표현을 지우는 역사 왜곡을 추진해 과거 직접적 표현대신 간접적으로 강제성을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종군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 (…) 우리는 이런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는 일 없이 오히려 이를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가고 싶다.’ 1993년 8월 발표된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의 담화 일부다. ‘고노 담화’는 위안부 문제를 조사한 뒤 일본 정부 차원에서 그 강제성을 처음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알다시피 역사적 진실을 대면하기보다 일본 정부는 회피·왜곡 행태를 보여왔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의 7년여 장기집권기에는 극우적 색채까지 짙어졌다. 위안부·강제징용, 독도 등 한·일 간 역사문제를 둘러싼 전방위 왜곡이 진행됐다. 지난 4월에도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강제연행’ 등의 용어 사용을 막고 ‘위안부’ ‘징용’으로 쓰도록 했다. 문부과학성은 이 각의 결정에 따라 내년도 교과서들을 지난 9월 점검했고, 용어들은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고노 담화 속 ‘역사 교육을 통해 이런 문제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같은 잘못을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 한번 표명한다’란 내용이 부정당한 것이다.

거친 역사 왜곡 압력 속에서도 교육 현장에서는 진실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직접적 기술은 못했지만 나름대로 강제성을 언급한 교과서들이 많이 채택된 것이다. 문부과학성이 2022학년도 고교 교과서 수요를 집계한 결과, 신설되는 ‘역사총합’(總合·종합) 과목에서 야마카와(山川)출판사의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 등 3개 교과서가 각각 1·3·6위를 차지했다. 점유율도 41.7%로 가장 높았다.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에는 ‘종군위안부’ ‘강제연행’의 표현은 없지만 “…여성이 위안부로 모집됐다. 강제되거나 속아서 연행된 예도 있다”고 위안부 문제를 설명했다. 반면 우익들의 입김이 강조된 교과서들은 외면받았다.

강제성을 ‘직접적’으로 담는 대신 ‘간접적’으로 기술했다는 점에서 교과서 내용은 퇴보했다. 그럼에도 강제성이 표현된 교과서가 많이 채택된 데서, 왜곡에 맞서는 ‘작지만 뜨거운’ 몸부림이 읽힌다. 일본의 역사 교육에 애써 희망의 작은 불씨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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