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부인 김영명(金寧明·46)씨는 대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다. 1992년 시아버지인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출마했을 때 병중인 시어머니를 대신해 파트너 역할을 했다. 나서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단 결심하면 열심히 한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정의원이 월드컵 유치 활동을 할 때 적극적인 ‘내조 외교’로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두 사람은 1978년 여름 정의원의 넷째 형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당시 미 MIT 경영대학원 학생이던 정의원은 방학을 이용해 귀국했다가 힐러리 미 상원의원,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배출한 웨슬리대학 정치학도였던 김씨와 선을 봤다.
“남편이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우선 키가 커서 좋았어요. 저도 키(밝히지 않았지만 175㎝쯤 된다)가 크잖아요”. 반면 정의원은 미국서 10년 넘게 산 김씨가 경상도 출신인 부모의 영향으로 사투리를 써 놀랐다. 두 사람은 그 뒤 미국에서 각각 유학생활을 하며 1년간 열애 끝에 79년 7월 결혼했다.
김씨는 김동조(金東祚) 전 외무장관의 2남4녀 중 막내딸이다. 부친이 초대 주일대사로 부임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가 3년을, 이후 미국에서 17년을 살았다. 덕분에 정의원의 석사 논문 초고를 교정봐줄 정도로 영어가 수준급이다.
김씨는 남편의 행사장 등에서 늘 한발짝 뒤에 서 있다. 그러면서도 유권자들과 잘 어울린다.
17일 정의원 출마 선언 때도 지지자들과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얼마전에는 정의원이 강남의 한 아파트를 팔아 ‘몇억’이 든 통장을 줬더니 자선단체에 기부해 남편을 놀라게 했다.
김씨는 “남편이 평소에는 ‘기선(장남) 엄마’라고 하다가 화가 나면 ‘어이’라고 부른다”며 “하지만 뒤끝이 없고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금방 사과할 만큼 솔직하다”고 말했다.
〈최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