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과세기준 완화·세율 낮춰 ‘무력화’

2008.09.22 17:57

종부세 개편안… 사실상 폐지 수순밟기 비판

정부와 여당이 22일 당정협의를 통해 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조정하고, 종부세율도 0.5~1%로 대폭 낮추는 등 종부세 개편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종부세는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보유세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투기수요를 차단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보유세 정상화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보유세 정상화 무산=그동안 세제 전문가들은 거래세는 줄이되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 세제를 완화해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반복해온 탓이다. 이 때문에 종부세는 그동안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유세를 정상화시키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컸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불로소득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은 보유세 강화”라며 “정부와 여당의 종부세 완화 방침은 부동산 정책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낮은 보유세·높은 거래세’로 이뤄져 있어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1%를 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0.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보유세 강화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경되어서는 안 되는 단기정책이 아닌, 꾸준히 밀고 가야 할 장기정책”이라고 밝혔다.

◇논란 본격화될 듯=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아파트 값을 세금으로 잡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언급해 왔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종부세 무력화를 위한 정책이 진행돼왔다. 종부세 옹호론자들 사이에서도 노인 등 무소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소득수준에 맞춰 조정할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무력화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른바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정권의 속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당정이 마련한 종부세 개편안은 거센 비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부동산 투기 광풍을 조장할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종부세 개편안은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경우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종부세 부담 완화가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여유 자금이 많고 소비성향이 낮은 일부 부유층에 몇백만원짜리 상품권을 나눠줘 봤자 은행 예금만 늘어날 뿐 경기 진작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관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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