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유승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015.07.08 22:18 입력 2015.07.08 22:31 수정

원내대표 결국 사퇴 “정치생명 걸고 헌법 가치 지키고 싶었다”

비민주적 ‘숙청’에 직격탄… ‘2주 내전’ 대통령·여당 모두 패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57)가 8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퇴임의 말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이었다.

유 원내대표 사퇴로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집권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적 숙청’을 마무리했다. 지난 6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 보이콧과 함께 한국 정치사의 오점으로 남을 두 가지 독단을 힘으로 관철한 것이다. 국민도, 비민주적 리더십의 상징이 된 대통령도, 정부 하부기관으로 전락한 국회도, 권력에 무릎 꿇은 여당도 모두 ‘패배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사퇴를 권고하는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정을 수용해 물러났다. 유 원내대표는 물러나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진은 2014년 9월 의원총회 모습이다. | 정지윤·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사퇴를 권고하는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정을 수용해 물러났다. 유 원내대표는 물러나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진은 2014년 9월 의원총회 모습이다. | 정지윤·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당 중심’ 국정운영을 내세우며 취임한 지 156일,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6월25일 국무회의) 발언 이후 13일 만이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 표명까지 시간이 걸린 것을 두고는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를 들었다. 그러면서 “제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청와대와 권력 핵심을 직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간 자신에 대한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사퇴 압박을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쫓겨난 유승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앞서 유 원내대표 거취를 두고 열린 의총에서 새누리당은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비박계 의원들이 ‘재신임 표결’ ‘사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사퇴 권고’라는 결론을 바꾸진 못했다.

표면적으론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완승’이다. 하지만 마냥 ‘후련한 결말’인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친박·비박 내전으로 여권 전체의 내상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경욱 대변인은 통화에서 “의원들의 총의로 결정된 일이다. 청와대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 앞으로 당·청관계가 잘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청와대를 향해선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는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 내 청와대를 향한 심리적 반발이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데다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낸 박 대통령에 대한 구시대 이미지가 공고해지는 등 민심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정은 못하면서 정치싸움만 잘하는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비판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대통령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박 대통령 말에 따라 당 의원들의 ‘중의’를 연거푸 뒤집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6일엔 “대통령의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38일 전 여야 합의로 가결한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에 불참해 법안을 사실상 폐기했다. 의총에서 직접 선출한 유 원내대표에 대해선 다시 ‘사퇴해달라’고 의견을 모으는 촌극을 연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기본이 무너졌다. 결말도 참 허망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오늘은 아시아에서 손꼽는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치욕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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