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유 “정의로운 보수의 길 계속 가겠다”… 끝 아닌 시작에 방점

2015.07.08 22:10 입력 2015.07.08 23:52 수정

박 대통령·친박 ‘낡은 보수’로 규정… 현 권력과 대결구도

‘당내 야인’ 돌아가 신보수 세력화·내년 전대 출마 관측도

유승민, 대선주자 지지율 2주 만에 11.4%P 급등… 여권 2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57)가 8일 사퇴하면서 155일간의 ‘유승민 체제’를 마무리했다.

그는 “정의로운 보수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말로 사퇴의 변을 마무리했다. 원내대표 자리는 떠나지만 정치인 유승민으로서 ‘끝이 아닌 시작’을 선언한 셈이다. 13일간 사퇴 압박에 버텨 온 이유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하는 설명을 발표하기에 앞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하는 설명을 발표하기에 앞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유 원내대표 사퇴로 당분간 새누리당의 ‘좌클릭’ 실험은 표류하게 됐다. 하지만 ‘정치인 유승민’과 박근혜 대통령을 필두로 한 ‘현재권력’ 간 충돌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24분 정론관에 결연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이어 3분36초간 직접 작성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며’를 읽었다. “저는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저의 거취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제 책임이 크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별도 언급이나 사과는 없었다.

이후 원고 대부분은 정치인으로서 소신을 밝히는 데 할애했다. 유 원내대표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헌법 1조 1항을 들었다. 박 대통령의 ‘찍어내기’ 한마디에 당이 속전속결로 원내대표를 갈아치우는 모습은 ‘민주공화국’에 맞지 않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향한 직격탄인 셈이다.

그는 이어 지난 4월8일 본회의장에서 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언급했다. 기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정책노선을 조목조목 ‘좌클릭’한 ‘신보수 선언’으로 야당의 이례적 칭찬을 이끌어냈던 연설이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허구’라며 법인세를 포함한 증세 논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 변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고 한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다”며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했다.

결국 원내대표 사퇴라는 ‘종결’보다 ‘신보수의 길’이라는 ‘시작’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명령 하달-이행’식의 당·청관계를 되풀이한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낡은 보수’로 규정 지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여당 주류와 지도부에서 떨어져나온 유 원내대표가 당분간 ‘당내 야인’ 행보를 하며 세력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승민 사퇴]유 “정의로운 보수의 길 계속 가겠다”… 끝 아닌 시작에 방점

이번 사태로 전국적 인지도를 얻으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권 대권주자’ 긴급여론조사에선 유 원내대표 지지율(16.8%)이 2주 전보다 11.4%포인트 급등하며 김무성 대표(19.1%)에 이어 2위로 올랐다.

다만 현직 대통령과 끝까지 각을 세우면서 박 대통령 지지층에서 비판적 여론이 나오는 것은 부담거리다. 수직적 당·청관계가 유지되고 친박계가 내년 4월 총선 공천 주도권 다툼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경우 향후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밤 김포의 한 식당에서 원내대표단과 만찬을 갖고 “미안하다” “고생했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파들이 모였던 ‘유승민호’의 실각으로 당분간 새누리당 ‘좌클릭’은 멈춰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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