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법 “국회가 답하라”

2020.11.19 06:00

뉴스분석 - 번번이 발목 잡힌 개정안, 또 해 넘기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18일 오후 제주시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18일 오후 제주시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군사재판 무효화’ 등 담겨
정부 “예산 부담”…여야는 갈등
제주 간 이낙연 “속도 내겠다”

“70여년 동안 피 맺힌 한과 고통의 삶을 살아온 삼춘들이 죽기 전 한을 꼭 풀어줍서.” 박진우 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은 18일 경향신문에 보내온 글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삼춘’. ‘삼촌’의 제주 방언이지만 의미는 뭍에서 쓰는 것과 약간 다르다. 삼촌·이모·아저씨·아주머니 등 모든 손윗사람을 아우르는 정겨운 호칭이다.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약 7년7개월 동안 제주도에서 벌어진 남조선노동당 무장대와 정부군 토벌대 간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약 3만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됐다. 당시 제주도민 10분의 1에 달하는 ‘삼춘’들이 스러져갔다.

희생자와 유족들의 염원을 담은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고 해당 개정안을 논의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희생자·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돼 진상규명 과제는 해결됐으나, 피해보상 근거를 담지 못한 한계를 반영했다.

당시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내용도 명시됐다. 적법 절차 없이 군사법원에서 징역형·사형 등을 선고받은 2530명 중 재심청구를 낼 유족이 없는 수형자가 상당수인 점 등을 고려해 일괄적으로 ‘반역자’ 낙인을 지워줘야 한다는 취지다.

4·3사건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한은 깊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맞선 ‘항쟁’으로 봐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여전히 ‘사건’이라는 중립적 명칭으로 불린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55년 만에 정부 차원의 사과를 했으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내 위령제나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배·보상 문제는 줄곧 수면 아래 잠들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과 올해 제주 4·3평화공원 위령탑을 찾아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했다. 2017년 12월 처음 발의된 개정안은 변변한 논의도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정부는 공식 인정된 피해자 1만4000여명에게 지급될 보상액이 부담된다며 소극적이었다. 20대 국회는 임기 막바지에야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도돌이표’ 조짐이 보인다. 이날 행안위 소위에서 기획재정부는 “4·3사건은 단일 사건으로는 희생자가 많아 재정이 크게 소요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도 배·보상 문제에는 여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과 기재부가 배·보상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위는 오는 24일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제주 4·3평화공원 위령탑에 참배한 뒤 “정기국회 회기 안에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박진우 위원장은 “고령의 생존자·유가족을 위해서라도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꼭 이번 정기국회에서 아픔을 해결해달라”고 했다. 4·3사건 유족과 제주도민들은 지난달 20일부터 30일째 국회 앞에서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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