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만 14년째 ‘신공항’ 제물로 또 표심 몰이

2020.11.17 21:02 입력 2020.11.17 21:55 수정

뉴스분석 - 부산 보궐선거 겨냥 ‘김해신공항 백지화’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정부의 김해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6년 이후 정부가 네 차례 바뀌는 동안 ‘재검토’를 거듭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번복되면서 초대형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휘둘려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재·보선 승리 위해 국책사업 흔들기
정권마다 정치적 결정, 대선 이슈로
정 총리 “신공항 추진에 차질 없게”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며 “사업 확정 당시 비행절차 보완 필요성, 서편 유도로 조기 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 범위 확대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국제공항의 특성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안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검증위 결과를 전달받은 뒤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후속 조치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동남권 신공항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지난 14년간의 논란은 지역균형발전 사업의 빈곤한 현실을 보여준다. 정치권이 선거 이슈로 활용해온 책임이 적지 않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등장했지만, ‘백지화’와 ‘입지 검증 작업’만 반복하며 겉돌았다. 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만 보더라도 김대중 정부 때 김포공항 확장안 검토를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때 두 번, 이명박 정부 때 두 번, 박근혜 정부 때 한 번 등 총 여섯 차례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의 김해신공항 검증위까지 포함하면 총 일곱 차례다.

문제는 정권마다 신공항 사업을 ‘정치적 제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2011년 4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와 밀양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을 백지화했지만, 이듬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신공항 재추진’ 공약을 내걸었다. ‘TK(대구·경북) 대 PK(부산·경남)’ 간 갈등이 고조되자 박근혜 정부는 결국 2016년 외부 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타당성 용역을 맡겨 김해공항 확장안에 손을 들어줬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기본계획안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김해신공항 사업은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여권발’ 반발에 부딪히며 제동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도신공항 추진 의사를 밝힌 뒤 신공항 재검증 문제가 공론화했고 총리실 산하에 검증위가 구성됐다. 여권은 검증위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가덕도신공항 검증에 약 2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신공항 입지 변경 추진을 서둘렀다. 이날도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공개 지지 기자회견에 이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선언했다. 여권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정책을 급선회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야당도 선거 이슈로 국책사업을 활용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정부 정책 변경에 대해 감사원 감사 의뢰를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가덕도신공항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관 부처인 국토부는 “검증위 검증 결과를 수용하겠다”며 “조속히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김해신공항 완공을 우선하겠다고 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향후 신공항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수십조원이 들지도 모르는 사업인데 지켜야 할 절차가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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