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끼리 ‘본회의 부의 요구’ 의결
2012년 국회법 조항 생기고 처음
국민의힘은 “의회 폭거”라며 퇴장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건너뛴 채 본회의에 부의됐다. 상임위 통과 법안이 표결을 통해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첫 사례다. 국민의힘은 “의회 폭거”라며 표결에 불참하고 야당이 법안 통과를 강행할 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재석 165명에 찬성 157명, 반대 6명, 무효 2명으로 의결했다. 부의는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기 전 단계다. 다음 본회의 때 김진표 국회의장이 표결에 부칠 수도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번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이다.
여야는 표결 전 토론으로 맞붙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쌀 생산 조정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쌀값 폭락 시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는 민생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쌀 생산이 늘고 가격이 하락해 쌀값이 아니라 농민만 잡게 될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의 의회 폭거” “날치기” 등 절차적 하자도 주장했다.
이날 표결은 국회법 86조 3·4항에 근거해 이뤄졌다. 법사위가 본래 기능인 체계·자구 심사를 넘어 법안 처리를 지체시키는 ‘옥상옥’이 되는 걸 막기 위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법사위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 심사를 60일 내 마치지 않을 경우 해당 상임위는 재적의원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이후 30일 내에 여야 합의가 안되면 본회의 표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표결에 앞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지난달 28일 본회의 부여 요구 안건을 재적 19명 중 민주당과 무소속 등 12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2012년 이 조항이 생긴 후 상임위가 본회의 직회부를 요청한 일은 이번 법안까지 총 4차례 있었지만 실제 본회의 표결까지 통과한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야당 안대로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다. 김 의장은 표결 후 “무엇이 농민을 위하는지 심사숙고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지금의 법안을 바로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법안이 이대로 처리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결과보고서 의결도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재석 158명에 찬성 158명이었다. 앞서 국조특위에서도 야 3당만 보고서 표결에 참여한 바 있다. 통과된 보고서에는 재난 안전 관리 주무 부처의 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이 명시됐다.
이달 내내 개점휴업이란 비판을 받던 1월 임시국회는 마지막 본회의 주요 표결까지 야당끼리 ‘반쪽’으로 진행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