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반복된 위성정당 꼼수…비례성 무너지고 양당 독점 더 심해져

2024.04.23 17:17 입력 2024.04.23 21: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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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175석)과 국민의힘(108석)의 거대양당 독점 구조가 더욱 강화된 결과로 끝났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 표의 비례성을 높이려 했지만 거대 양당이 지난 총선에 이어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반복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적은 격차로도 의석이 한쪽으로 확 쏠리는 소선거구제의 문제도 크게 드러났다. 22대 국회가 현행 소선거구제를 되돌아보고,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방안을 찾아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대 총선 결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 위성정당 의석을 더해 총 300석 중 283석을 가져갔다. 조국혁신당(12석)이 민주당과 보완관계고, 진보당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양당에 포섭되지 않은 제3당 의석은 개혁신당(3석)과 새로운미래(1석)을 더한 4석에 불과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이 38석, 정의당이 6석이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선 정의당이 6석, 국민의당이 3석이었는데 점점 소수 정당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23일 경향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역별 득표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역구에서 승자독식이 두드러졌다. 민주당은 전체 지역구에서 50.48%를 얻었지만 지역구 의석은 161석으로 63.39%를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45.08%를 받았지만 얻은 의석은 35.43%(90석)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득표율은 5.40%포인트 졌을 뿐인데 의석점유율은 그 5배 수준인 27.96%포인트나 뒤지는 꼴이 벌어진 것이다. 표의 비례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승부처였던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의 손해가 컸다. 지역별로 보면 민주당이 서울·경기·인천에서 각각 52.24%, 54.67%, 53.54%를 득표했는데, 가져간 의석은 77.08%(37석), 88.33%(53석), 85.71%(12석)로 훨씬 많았다. 대전에서는 민주당이 54.22%, 국민의힘이 42.78%를 받았는데, 7석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광주·전북·전남에서도 유권자의 7~13%가 국민의힘을 찍었지만 국민의힘 당선인은 없었다.

영남 지역에서는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부산에서는 민주당이 42.04%를 얻고도 18석 중 1석(5.56%)밖에 가져가지 못했고, 53.86%를 받은 국민의힘이 나머지 17석(94.44%)을 싹쓸이했다.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민주당을 지지한 19.33%와 21.57%가 사표가 됐다.

이러한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보강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준연동형 비례제다. 정당 지지율만큼 지역구에서 표를 얻지 못한 정당에 비례대표를 우선 배분하기 때문이다. 작은 정당에 의석을 줘 다당제를 실현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미래라는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인을 모두 배출한 소수정당은 3석의 개혁신당뿐이었다. 민주당이 시민사회, 진보당·새진보연합 등 소수정당과 연합하긴 했지만 민주당에 포섭되는 형태여서 다당제 실현 효과엔 의문부호가 찍힌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의석(총 46석)은 더불어민주연합 14석, 국민의미래 1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으로 배분됐다. 만약 두 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다면 비례대표 의석은 민주당이 0석, 국민의힘이 11석으로 줄어든다. 민주당 총의석이 175석에서 161석으로 줄고, 국민의힘은 108석에서 101석으로 감소한다. 반대로 조국혁신당은 31석으로 넉넉히 원내교섭단체가 된다. 개혁신당은 비례 의석이 2석에서 4석으로 증가한다. 최소득표율 3%를 넘긴 제3당엔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22대 총선일인 10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2024.04.10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22대 총선일인 10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2024.04.10 /성동훈 기자

22대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대도시에 한해 한 지역구에서 2~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 두 당이 고루 의석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선거구제는 한 당이 각 지역구에 여러 명을 공천하기 때문에 정당 내 계파 나눠먹기가 심해지고,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일본에서도 중선거구제를 운영하다 소선거구제로 복귀한 전례가 있다. 지난 기초의회 선거에서 중선거구제를 시범으로 시행했지만 군소정당의 진입이 늘지 않고, 양당 독점 구조는 그대로였다.

학계에선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 의석을 늘리고 위성정당방지법을 통과시키는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해 5월 시민 469명이 참여한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공론조사에서도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초반에 27%였다가 숙의 후 70%로 크게 높아진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공론조사 결과는 최종 선거제 결정에 반영되지 못했고, 여야는 오히려 비례대표를 47석에서 46석으로 줄였다.

위성정당 방지법으로는 사전에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정당만 비례대표로 참여할 수 있게 하거나, 총선이 끝난 후 일정 정도 시점까지 합당을 제약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다양한 법안이 나왔지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위성정당 방지법 논의에는 법을 통과시키더라도 완벽히 위성정당을 막을 수 없다거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제약이 뒤따른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법안만이라도 통과가 되면 위성정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독일처럼 비례 의석을 늘리고 지역구 의석을 줄이면 위성정당을 만들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양향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2대 총선 출구조사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24.04.10 문재원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양향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2대 총선 출구조사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24.04.10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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