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이었는데 갑자기 견제”…미묘해진 민주당·조국혁신당 관계 앞날은

2024.04.25 16:45 입력 2024.04.25 22:33 수정

조국혁신당 ‘범야권 연석회의’ 제안 후

이재명·조국 25일 만찬 회동

민주당선 ‘체급 차이’ 등 강조 연대 균열

교섭단체 달성·사법리스크 등 앞날 험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한 중식당에서 만찬회동을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한 중식당에서 만찬회동을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4·10 총선 연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총선 국면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강조하며 협력·연대 의지를 피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총선 한 달 전 조 대표를 만나 선거 연대를 공식화했다. ‘정권 심판’ 깃발 아래 우군으로 존재할 것 같던 이들의 관계는 총선 이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양당의 관계 변화가 직접적으로 감지된 것은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에 일종의 ‘총선 청구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조국혁신당은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 요건 완화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앞둔 이 대표에게 영수회담 전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제안을 사실상 모두 거절했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총선 기간에 우군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견제 대상이 되는 것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체급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친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23일 CBS라디오에서 “아직 조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지 않나”라며 조 대표의 만남 요구에 선을 그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한테 와서 야당 연석회의하자? 그러면 이준석 대표도 부르고 새로운미래 이석현 비대위원장을 부르고 다 해야 하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 위치를 다른 제3지대 정당 대표들과 같이 둔 것이다. 당대표 언론특보를 지낸 김현정 경기평택병 당선인은 KBS 라디오에서 “영수회담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와의 문제”라며 “의제가 조율되는 과정에서 조국 대표가 이 기회를 통해 같이 합류하려고 하는 그런 의도는 적법한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 당의 관계가 선거 때와 같지 않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한 중식당에서 약 2시간30분 간 조 대표와 만찬회동을 가졌다. 만찬은 이 대표의 제안으로 열렸고, 김우영 민주당 정무실장과 조용우 조국혁신당 정무실장이 배석했다. 민주당은 만찬 뒤 서면 브리핑에서 “수시로 의제 관계없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다”며 “두 당 사이에 공동의 법안 정책에 대한 내용 및 처리순서 등은 양당 정무실장 간의 채널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만찬에서 사회 개혁에 있어 조국혁신당의 선도적 역할을 당부했고, 조 대표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과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교황선출방식’ 원내대표 선출에 앞서 담소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교황선출방식’ 원내대표 선출에 앞서 담소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날 회동에도 불구하고 조국혁신당의 앞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민주당 협조 없이는 독자적으로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범야권 맏형’으로 칭하며 협력 관계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범야권 연석회의 제안 등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조국혁신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황운하 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약속한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 “이 법안이 실제로 통과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논의해야 하고, 민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범야권 연석회의 제안 거절에 대해선 “민주당이 범야권 맏형 역할을 해서 모든 목소리를 담아내는 영수회담을 한다면 훨씬 더 발언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냐는 차원의 제안이었다”며 “민주당이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대표와 황 원내대표 ‘투톱’ 모두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도 조국혁신당이 안고 있는 불안 요인이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 역시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이들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조국혁신당은 우선 강소 정당을 지향하며 신속성·선명성으로 경쟁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편법 등을 모색하지 않고 여론만 보고 정공법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호남 지역 총선 득표율에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면 독자 세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협상력도 결국 국민의 지지로부터 오는 것이다. 선명하고 빠르게 강력하게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움직이는 것이 가장 최우선의 목표”라며 “그렇게 했을 때 국면이 열리는 것이지 12(석)에 하나를 더하면 어떻고, 둘을 더하면 어떻고 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14%로 나타났다. 총선이 끝났고 윤석열 정부가 협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반윤석열 노선만으로 유의미한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당장의 관건이다. 이 조사는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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