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청 기획관 사퇴… MB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 자인

2012.07.05 21:35 입력 2012.07.06 00:30 수정

‘일본 자위대 개입’ 논문 공개도 한몫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5일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과정은 평소 이명박 정부의 일처리와는 달랐다. 사표 제출도 전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수리 의사도 평소보다 빨리 확인됐다.

청와대가 전에 없이 위기감을 느꼈다는 방증이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있다”며 자기 사람을 잘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사태를 방치했다가는 임기말 안정적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008년 당시 촛불시위를 떠올렸다는 후문이다. 연말 대권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판단과 진화 요구도 작용했다.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2010년 2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2년 대북정책 성과 및 향후 추진방향’ 토론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2010년 2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2년 대북정책 성과 및 향후 추진방향’ 토론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침묵을 지키던 김 기획관이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긍정 평가’한 그의 논문이 공개된 것이라고 한다. 사건이 친일 논란으로까지 비화하자 이 대통령에게 치명적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기획관은 잘못을 인정한 게 아니다. 대통령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했다”며 “사표를 종용하거나 권유한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그의 사퇴에는 외교안보라인 내부의 파워 게임도 작용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가 청와대를 향해 반발하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언론에 “김 기획관이 6월까지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하며 압박한 것도 물밑 힘겨루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내에서는 김 기획관의 일방적 스타일에 불만이 적지 않게 쌓인 상황이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나 김황식 국무총리에게까지 추가로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회에 설명·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협정 서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뜻이 관철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오는 16일(국회 본회의 개시)로 시한까지 정해 김 총리, 김성환 외교장관과 김관진 국방장관 책임론을 펴고 있다. 최종 책임자인 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외교부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다 해소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지금까지 국무회의 비밀 처리에 대해 진상조사한 내용을 보면 외교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일 처리를 잘못해 놓고 문제가 생기자 변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대한 문책을 시사한 것으로 두 기관 간 불협화음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 기획관은 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외교안보 분야의 ‘과외 선생’이었다.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비핵·개방·3000’ 등 이 대통령 공약의 밑그림을 짰다.

2008년 만 41세로 청와대 실세 비서관이 됐고, 지난 1월에는 수석급인 기획관으로 승진해 외교·통일·국방부의 주요 현안을 사실상 총괄했다. 한·미·일 동맹 강화에 대한 강력한 확신으로 공무원들을 장악했다는 평을 들었다.

대통령이 한·미 동맹에 치중하고, 북한의 선제적 변화를 요구하며 ‘끝까지 가보자’는 식의 강경정책을 편 배후에 그가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그를 특보로 곁에 둘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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