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독도 방문’ 이유로 한·미·일 회견 보이콧한 일본

2021.11.18 21:11 입력 2021.11.18 22:22 수정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일본 측, 외교차관 회의서 안보보다 영유권 부각 노림수

이례적 외교 결례…“험악해진 한·일관계 상징하는 사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가운데)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하기 앞서 공동 기자회견 형식 변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최종건 외교부 1차관(가운데)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하기 앞서 공동 기자회견 형식 변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일본이 한·일 양자 간 문제를 이유로 미국이 마련한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을 보이콧했다. 한·일 양국 간 갈등은 항상 있었지만, 일본이 안보 문제를 포함한 한·미·일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까지 한·일 갈등 현안을 끌고 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16일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공동 기자회견 불참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공동 기자회견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단독 회견으로 변경됐다.

협의에 참가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며 “한·미·일 차관협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개최국인 미국이 단독 회견을 통해 결과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다케시마(일본 주장 독도 명칭)를 둘러싼 사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한국 측에 항의하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3국 협의 후 한·일 차관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 출범 후 한·일 간 첫 고위급 대면회담으로, 양측의 주요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9년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이 현장 점검차 독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으나 일본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한 일본 문제 전문가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관계는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급전직하했다”며 “이번 일은 한·일관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험악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은 기시다 내각 출범 직후 한국 치안총수의 독도 방문에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독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국내적 압력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이 한국과의 갈등을 이유로 미국이 준비한 판을 엎어버리는 ‘과감한’ 행동을 한 것은 미·일관계에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독도가 영유권 분쟁지역임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계획된 일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외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독도 분쟁의 역사와 과정을 소개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에 대한 외신 취재에 적극 응하고 있다.

이번 3국 협의를 주최한 미국은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들 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에 대해 당혹하는 모습이다.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온 미국은 이번 일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을 한데 묶어 아시아 전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미국이 독도 문제에 개입하거나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셔먼 부장관은 단독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일 사이에서 해결돼야 할 일부 이견이 있었으며 그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말해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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