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외전략 비공개 의미와 향후 전망

2022.01.03 17:05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달 27일부터 닷새에 걸쳐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일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 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 전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대외전략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한반도 및 국제정세의 유동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선과 미·중 갈등 첨예화, 우크라이나를 놓고 벌어지는 러시아와 서방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의 변수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략과 전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 명시한 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대응책을 준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자신들의 대외전략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북한은 지난해 초 8차 당대회를 통해 이미 대미·대남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대미 전략과 관련해서는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대북 적대시정책 철폐와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선언했다. 또한 핵무력과 억제력 강화를 기반으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남 전략으로는 대북 적대행위 금지, 남북합의 사항 이행 요구,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제시했다. 이번 전원회의는 8차 당대회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므로 이번에 대외전략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미 확정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자신들이 준비한 카드를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큰 변화 없이 현재의 교착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정세 변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국과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거나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원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먼저 움직일 의사가 없어 보인다. 북한 역시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통해 드러낸 것 처럼 자신들이 제시해 놓은 ‘대화 전 선결 조건’에서 물러설 기색이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임기 말 문재인 정부와 뭔가를 모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남북관계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종전선언 문안에 합의했다고 공개하면서 북한이 이번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를 기대했으나 북한은 이번에도 종전선언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북한이 종전선언보다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자신들이 제시한 내용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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