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 대신 ‘대한민국’ 내세워 거리두기하는 북한

2023.07.11 15:51 입력 2023.07.11 17:03 수정

김여정 2차례 연속 담화 발표서

통일 대상으로 보는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써 국가간 관계 강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9시간 동안 2차례 연속 담화를 발표하며 한국을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했다. 통일부도 북한이 공식 담화나 성명, 입장 발표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으로 파악했다. 이번 연속 담화는 ‘미군 정찰기 침범’ 비난을 표면에 내세웠지만 ‘대한민국’ 표현을 앞세운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도 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오후 9시와 11일 오전 6시에 두 건의 담화를 발표했다. 미 공군의 정찰 활동을 비난하는 한편 이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 남측도 겨냥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언급했다. 앞서 10일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 등으로 표현했고, 11일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군부”라는 문구를 썼다. 대한민국에는 강조의 의미를 담는 겹화살괄호(《》)를 사용했다.

북한은 김 부부장 등 공식 담화나 주요 매체에서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는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을 보통 ‘남조선’으로 표현해왔고, 비난할 경우에는 ‘남조선 괴뢰’ 등으로 지칭해왔다. 한국을 우리 민족 또는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공식 담화, 성명 등에서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국가 대 국가 관계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려고 일부러 쓴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번 담화가 인민군 총참모부 등 군부가 아닌 김 부부장 명의로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계산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발표되며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담았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다.

최근 북한의 전술핵 실전배치 가속화 등 군사적 움직임이 ‘대한민국’ 표현을 내세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지난 70년 동안 북한은 ‘남측은 우리 민족이자 통일의 대상’이라는 통일전선 논리로 대화와 협력을 추진해왔다”면서 “하지만 국방력 강화 목표에 따라 핵무기 고도화, 전술핵 실전화를 하는 과정에는 맞지 않는 민족 논리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으며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서문에서 ‘당의 목표(통일과업)’와 관련해 ‘민족해방민주주의’를 삭제했다. 그해 9월 김 부부장 담화에서는 ‘이중기준’ 철회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한국의 군비 확장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를 주권국가의 자위권 확보로 설명하고 있다. 남북대화 등 남북관계 현장을 이끌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존재도 희미해졌다.

홍 실장은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확장억제력 강화를 하면서도 민족경제공동체를 내세운 ‘담대한 구상’이나 ‘신통일 미래구상’을 내세우는 데 대한 불만이 많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구상이 설정하고 있는 민족 특수관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