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대사 “사의 표명”···외교부 “대통령 보고 후 수용”

2024.03.29 10:04 입력 2024.03.29 15:25 수정

“서울에 남아 끝까지 강력 대응

외교 장관에 꼭 수리되도록 요청”

‘채 상병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채 상병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종섭 주호주대사는 29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호주 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이다. 외교부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내고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저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공지를 통해 “이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와 같은 특임공관장의 경우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 사의 수리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사는 지난 4일 임명됐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이 대통령실까지 닿아있는지 가릴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인데다 공수처가 지난 1월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까지 드러다면서 임명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지난 10일 호주에 부임했지만 수사 회피 논란이 커지자 지난 21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귀국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이 회의는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6개국(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인도네시아·카타르·폴란드·호주) 주재 대사가 참석하고 있다. 방산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따로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방탄회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 대사는 전날 외교부 청사에서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자가 모두 모인 합동회의에는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일환으로 예정돼 있던 한국무역보험공사 방문에는 불참했다.

호주 대사 임명과 논란 속 출국, 그리고 사의 표명까지 불과 25일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 임명 논란 당시 “한·미·일·호주와의 안보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고 감쌌지만 ‘외교 결례’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호주 공영 ABC방송은 부임 직후인 12일(현지시간) ‘이종섭 대사, 자국 비리 조사에도 불구하고 호주로 입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호주와 한국의 외교 관계에 어려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캐머런 머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상원의원은 지난 23일 “호주에 누구를 파견할지는 한국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호주는 더 나은 대사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호주와 한국 사이에 관계에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길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주한 호주대사관은 이종섭 호주대사의 사임과 관련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모든 분야에서 차기 주호 한국대사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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