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페르손 5시간여‘솔직한 대화’

2001.05.03 19:14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간 정상회담은 오찬을 곁들여 5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두 정상은 김위원장의 서울답방,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북한 인권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회담에는 EU측에서 페르손 총리와 솔라나 EU 공동외교안보정책 최고대표 및 크리스 패튼 EU 대외관계담당 집행위원이 참석했다. 북한측에서는 김위원장과 그를 수행한 2명의 고위관료들이 참석했다. 각국 기자들에게는 회담 시작부분에만 취재가 허용됐다.

김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유럽연합의 고위급 대표단을 만나게 돼 반갑다”고 말한 뒤 회의자료가 담긴 두꺼운 서류철을 내려놓으며 EU측에 대해 “귀측 의견을 먼저 피력하시라”고 제안했다.

○…페르손 총리는 회담에 이어 자신이 주최한 오찬에서 김위원장에게 “방금 우리가 가진 성공적이었던 회담을 위하여”라면서 축배를 제안했다.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답례했다. 김상임위원장은 “EU가 우리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관계를 개선키로 한 것은 훌륭한 판단이며 결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무회담’으로 명명된 이날 회담은 시종 진지했으며, 북한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과 경제개혁 등 양측이 사전에 이미 합의한 의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스웨덴 외교관은 “회담이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귀띔했다.

○…크리스 패튼 EU 대외관계담당 집행위원은 북한측이 인권문제의 논의를 위해 고위관료들을 유럽에 파견키로 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는)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측에 대해 특별 인권보고관의 북한 방문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패튼 위원은 회담 도중 북한의 인권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린 데 대해 김위원장이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회담이 솔직하고, 비공식적이며 화기애애했다”면서 “단 한순간도 회담장의 분위기가 흐려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패튼 위원은 또 “우리는 드라마틱한 돌파구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북한 식량난 현장에 대한) 비정부기구(NGO)의 방문활동과 인권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성과를 거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날 저녁 평양 방문을 마치고 방한한 페르손 스웨덴 총리 일행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하면서 페르손 총리의 방북 결과를 들었다.

김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페르손 총리 일행의 평양 방문은 서방 국가 정상으로는 첫 방북인데다 더 나아가 유럽연합(EU) 15개국을 대표한 방문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건설적 역할을 다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평양/외신종합 연합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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