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반발 ‘그랜드 바겐’ 언급… 물밑 촉각

2010.01.31 18:17 입력 2010.01.31 23:22 수정

“의제까지 얘기 오고갔나” 진도 많이 나간 듯

청 “남북 전면적 관계 이전” 가능성 부인안해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28일 스위스 방문 중 영국 B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연내 정상회담을 언급한 데 이어 미 CNN 인터뷰에서 북측이 강하게 반발해온 ‘그랜드바겐’ 협의 가능성도 거론했다.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물밑 논의가 일정한 진전을 얻었다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31일 싱가포르 접촉 같은 남북 간 비선 활동 여부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부인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가 과거처럼 긴장되면 딱 끊어지는 게 아니라 복합적이고 전면적인 관계로 이전하고 있다”고 다양한 수준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 대통령은 지난 30일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인 CNN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 사정도 있기 때문에 곧바로 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랜드바겐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북한이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남한이 대대적인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그랜드바겐에 대해 북한이 그동안 “비현실적”이고 “얼빠진 제안”이라며 일축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의외다. 북한이 ‘말도 안 된다’고 외면한 사안을 재론하고, 협의 가능성까지 밝혔다는 점에서다.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북한이 핵 협상에 나설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 연장선에서 ‘물밑’에 눈길을 주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남북 간 극비리에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그랜드바겐까지 거론함에 따라 정상회담 의제를 두고 양측 간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또다른 선결 조건인 장소 문제에 관해 이 대통령이 이미 지난해 11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번 한 번만큼은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며 양보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당시 “북핵 포기에 도움이 된다면, 국군포로·납치자(납북자) 문제를 풀 수 있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 여권에선 ‘진전’을 얘기하는 인사가 많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31일 “정상회담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다. 수차례 제의가 오간 것으로 안다”며 “사면초가인 북한으로서도 정상회담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지방선거 전에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한 친이계 의원은 “북한에서 지속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양측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는 시기에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동관 수석은 대통령의 잇단 발언에 대해 “원칙에 맞고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원칙적 의미”라면서도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대한 감을 갖고 이야기한 것으로 본다”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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