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발언 감추고 줄이고… 靑, 왜 이러나

2010.01.31 18:18 입력 2010.01.31 23:23 수정

BBC 인터뷰 수정 이어 CNN ‘각색’

야권 “현 정권 잘못된 언론관” 비판

청와대가 영국 BBC방송 회견 내용 수정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CNN 인터뷰 발언을 바꿔 전달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한 ‘감추기’이자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남북관계 등과 관련해 국민 앞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강조했던 입장을 뒤집는 것은 물론 ‘말해주는 것만 받아 쓰라’는 현 정권의 잘못된 언론관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지난 30일 오전 이 대통령의 CNN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전망과 관련,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북핵 그랜드바겐(일괄 타결)에 대해서는 “곧바로 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오후 당초 자료를 없애고 새로운 보도자료를 냈다. 청와대는 자료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이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 부분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때”라고 수정했다. 그랜드바겐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대목은 아예 삭제했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31일 이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미리 배포한 내용이 맞지만 CNN 방송에 나간 것에 맞춰 자료를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스위스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의 지난 28일(현지시간) BBC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는 대목을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임의로 고쳤다. 이 사실은 결국 KBS의 인터뷰 원본 확인 과정에서 드러났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31일 “홍보 책임자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마치 곧 (정상회담이) 될 것 같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마사지’를 하다가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각색’해서 배포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동시에 이 대통령이 거론한 사안의 중요성과 파장을 감안했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 수석은 김 대변인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전 세계에 보도된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는 것은 청와대의 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여론조작의 일상화, 사실보다는 가공이 우선’이 지금의 청와대”라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관련 진행 과정을 국민 앞에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민감한 정보를 얘기하자 감추려고 왜곡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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