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도발 악순환에 빠진 한·미 대북정책… 또 위협으로 대응

2013.02.01 21:56 입력 2013.02.01 23:32 수정

외교적인 노력 포기 ‘무기력’ 노출리더십 교체기… 사후 제재 타령만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미 당국이 외교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후 제재를 두고 말만 무성할 뿐 핵실험을 막기 위한 이렇다 할 외교적 시도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압박과 제재 중심의 대북 정책을 이어온 결과이자 관련국들의 리더십 교체기라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사태는 짧게 보면 지난해 12월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부터 예고됐다. 한·미는 기다렸다는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심으로 대북 제재 논의에 착수했고 안보리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대북 수출 통제강화 등을 담은 결의안 2087을 채택했다. 북한은 다음날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 사멸을 선언했고, 곧이어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예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럼에도 지난달 31일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고 외교부 장관이 아닌 국방부 장관에게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반도 정세는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접고 사후 제재만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게다가 정부 고위 당국자는 “여러 가지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군사적 제재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해 불안감을 조성했다.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또 다른 위협으로 대응하는 ‘치킨게임’만 하고 있는 것이다.

<b>핵 품은 풍계리</b> 미국 상업용 위성 지오아이가 지난달 2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해 공개했다. 북한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해 제3차 핵실험을 예고했으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는 지난달 25일 이 사진을 비롯해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터널 입구가 깨끗하게 치워져 있고(①지점), 갱도 다지기용 재료들이 줄어들어 있는(②지점) 등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준비를 거의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 식별됐다고 1일 밝혔다.  지오아이 위성 | AFP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핵 품은 풍계리 미국 상업용 위성 지오아이가 지난달 2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해 공개했다. 북한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해 제3차 핵실험을 예고했으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는 지난달 25일 이 사진을 비롯해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터널 입구가 깨끗하게 치워져 있고(①지점), 갱도 다지기용 재료들이 줄어들어 있는(②지점) 등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준비를 거의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 식별됐다고 1일 밝혔다. 지오아이 위성 | AFP연합뉴스

한·미 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예고 이후 별다른 외교적 노력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한·중·일 연쇄 방문 후 지난달 29일 일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도발적인 태도에서 물러나 (북핵 문제가) 외교적 절차로 돌아가게 해줬으면 한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그런 전망은 안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바탕에는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북 제재와 압박 중심의 정책 기조를 이어오면서 북한과의 타협 여지를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타협의 전제조건으로 핵 포기와 대외 개방이란 대원칙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핵보유국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로켓 발사, 핵실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정부가 스스로의 원칙에만 집착하다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오히려 키우고 안보 불안은 방치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1일 “정부가 안보 불안을 해결하고 ‘결의안-북한 도발-결의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오히려 위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제재만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는 외교적 노력을 경시하고 국내 정치적 고려가 지나치게 앞서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북정책도 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에서 “버락 오바마 1기 대북정책은 대화와 관여보다는 유엔을 통한 봉쇄, 군사적 압박 강화, 급변 사태를 상정한 저강도 전쟁이 중심”이라며 “한·미는 긴밀한 공조로 이런 정책을 일관되게 추구했지만 목표했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정권교체기라는 시기적 문제도 북한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조율된 외교적 대응이 나오지 않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 임기는 불과 20여일 남은 상황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은 미국은 대외 관계를 담당하는 국무장관이 교체됐으며, 중국도 시진핑 체제로 이양하기 위해 오는 3월 전인대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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