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해임건의 후폭풍

‘비상시국 방패’ 또 꺼낸 대통령…쟁점마다 ‘기·승·전·위기’

2016.09.25 22:40 입력 2016.09.25 23:01 수정

‘김재수 해임안’ 거부 배경

<b>대통령 뒤의 ‘문제적 장관’</b>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장차관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 뒷줄 오른쪽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뒤의 ‘문제적 장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장차관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 뒷줄 오른쪽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전날 청와대 장차관 워크숍에서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 건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다시 공식 거부 입장을 못박은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위기·비상시국’ 논리를 반복하면서, 국정 안정 책무를 가진 대통령이 ‘위기의 일상화’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해임건의안 거부 사유는 세 가지다.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의혹은 모두 해소됐다는 점, 새누리당에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요청한 점 등이다.

하지만 청와대 해명은 반박을 불렀다. 특히 김 장관은 어머니가 10년 동안 ‘빈곤계층’으로 등록돼 의료비 혜택을 받아 ‘불효자식’이라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또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거부를 요청했다’고 했지만, 당에선 “친박 지도부를 제외하곤 아무도 김재수를 옹호하지 않는다”(당 관계자)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특히 문제만 생기면 ‘국가 위기론’을 꺼내 일방적 국정운영의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위기론을 정략으로 활용하면서 국민적 단합이나 정치권 협치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 두 차례나 ‘비상시국’을 거론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며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반박했고, 장차관 워크숍에선 “비상시국에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며 해임건의안을 거부했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가 오히려 ‘위기의 일상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1월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경제는 국가를 지탱하는 두 축인데 지금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라고 밝힌 이후 줄곧 국가위기론을 펴왔다. “갈등과 분열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존립도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다”(2월16일 국회 연설),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7월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올 수도 있다”(9월12일 여야 3당 대표 회동) 등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10개월여 동안 줄곧 직접 ‘대한민국 위기론’을 설파해온 셈이다. 오히려 대통령이 위기를 부각시켜 안보불감증을 부추기고, 국가신인도 하락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께서 비상시국이라 인정하셨다면 누가 자초하셨습니까. 타개를 위해 하신 일이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스타일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대통령은 장차관 워크숍에서 즐겨듣는 노래로 ‘달리기’를 소개하며 “중간에 관둔다고 할 수 없고 끝까지 하자는 그런 내용”이라고 했다. 국정운영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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