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해임건의 후폭풍

야당은 왜 김재수에 ‘거야의 힘’ 보여줬을까?

2016.09.25 22:42

① 흙수저 글 ‘괘씸’ ② 대통령 독주 ‘불만’ ③ 최순실 게이트 ‘모르쇠’ 반발

야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키며 ‘여소야대의 힘’을 과시한 것은 김 장관 개인 탓이 크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누적된 불만도 작용했다.

특히 ‘비선 실세’와 청와대가 개입한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해명과 의혹 규명 대신 호통과 윽박지르기로 일관하자 더 이상의 일방적 국정운영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음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의 일차적 원인 제공자는 김 장관 본인이다. 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황제 전세’ ‘특혜 대출’ 등 의혹을 받았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출신 대학 동문들 온라인 커뮤니티에 ‘흙수저’ 운운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글을 올려 ‘괘씸죄’에 걸렸다.

김 장관의 ‘돌발행동’을 두고 ‘야당이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일방 독주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터에 김 장관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4·13 총선 이후 여소야대가 됐지만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 개정,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국회 비준동의, 부실 인사검증 책임은 물론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등 야당 요구를 일절 수용하지 않았다. 야당 주도로 상임위별로 부적격 의견이 채택된 김재수·조윤선 장관 후보자를 보란 듯이 임명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협치’를 명분으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 등 주요 현안에서 여당에 잇달아 양보해 지지층 반발을 샀다.

‘협치 모드’에서 정부·여당으로부터 양보받는 것은 없고 지지층 반발만 거세지는 상황이 되자 야당은 ‘여소야대의 힘’을 보여주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했고 때마침 ‘괘씸죄’에 걸린 김 장관이 본보기가 된 셈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 확산과 박 대통령의 적반하장식 대응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박 대통령은 해임건의안 가결 전날인 지난 22일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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