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표결 ‘운명의 날’

가결 땐 대통령 거취 일단락, 조기대선 국면으로…부결 땐 민심 폭발 대혼란, 국회 해산 최악 상황도

2016.12.08 22:12 입력 2016.12.08 22:34 수정

‘포스트 탄핵’ 정국 어디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200표 이상의 찬성을 얻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하는 최장 180일 동안 박 대통령이 자진사임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정치권에서 가장 큰 논란이었던 대통령 거취 문제는 일단락된다.

이후 여야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일 수 있다. 앞서 야권에서는 총리 교체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총력전을 벌이느라 이 문제는 뒤로 미뤄둔 상태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8일 기자들과 만나 “황 총리는 사실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하는 심각한 부분이 있다”면서 “탄핵안에는 내각 총 불신임의 뜻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총리 교체를 위해선 총리 탄핵안을 가결시키거나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총리 교체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다. 다만 국회가 추천하는 장관 후보자들을 황 총리가 수용해 새 내각을 꾸릴 가능성은 있다. 이른바 거국중립내각이다. 이 또한 여당과 황 총리가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쉽게 결론나기는 어렵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지금 와서 황 총리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말했다.

내각 구성과는 별개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조기대선 경쟁 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헌재에서 결론이 나오는 즉시 60일 이내에는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전단계에서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캠프 인력을 충원하고 선거운동 전략과 공약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각 당에서는 후보 경선 규칙과 일정을 미리 확정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대선주자들이 넘쳐나는 야권의 얘기다. 새누리당은 당장 분당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탄핵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될 경우 친박 일색의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 체제로의 전환이 빨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가결된다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의 내분만 커지거나 탄핵 찬성파의 집단탈당 가능성이 나온다.

탄핵 정국에서 잠복해 있던 개헌론과 이를 고리로 한 제3지대·중도통합론도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탈당파가 20명 이상으로 늘어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자연스레 정계개편이 된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정국은 가결 때와는 차원이 다른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부결 직후 성난 민심이 토요일 촛불집회까지 기다리지 않고 청와대와 국회 앞으로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는 “촛불의 민심이 압도적이고 쓰나미 같기 때문에 국회는 곧바로 임시회를 소집해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탄핵안 부결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가 될 것이란 우려는 진작 소멸됐다”고 말했다.

야 3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서까지 써놓았기 때문에 부결 이후에는 국회 해산에 준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청와대는 탄핵안 부결을 기회로 대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가비상사태라는 명분으로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총동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을 거스르는 청와대와 파국을 막지 못한 의회까지 심판대에 오르면서 정국 해법은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 무정부·무의회 상태가 길어지는 최악의 사태도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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