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인터뷰

김영록 전남지사 “시늉에 그치는 지방자치, 진짜 제대로 하게 조직·재정권 넘겨줘야”

2018.07.11 22:22 입력 2018.07.11 22:25 수정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10일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앞으로 펼칠 도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10일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앞으로 펼칠 도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정치·제도 탓, 낙후된 전남
어려울 때마다 먼저 촛불 든
지역민 살림 도와주는 게
문재인 정부 의무이자 예의

해마다 청년 6000명 이탈
기업 유치 등 일자리 늘려
인구 200만명 회복시킬 것

목포~부산 간 남해안철도
전 구간 복선고속철 만들어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H자형 연결해 ‘ㅂ자형’ 완성

급격한 인구 유출, 고령화, 재정자립도 최하위, 농·수산업 추락, 사회간접자본(SOC) 부족….

상대적으로 뒤처진 전남의 ‘저성장 지수’를 거론할 때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63)의 표정은 무거웠다. 김 지사는 지난 10일 “정치적·제도적인 원인으로, 낙후돼 있는 전남의 살림을 이젠 ‘문재인 정부’가 도와주고 채워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가장 먼저 촛불을 들어온 이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민선 7기 도정목표인 ‘내 삶이 바뀌는 전남 행복시대’를 훤히 열어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행정고시(21회)를 거쳐 전남도청에서 경제통상국장·행정부지사, 자치단체장 등을 지냈다. 이후 국회의원(2선)에 ‘6·13 선거’ 직전까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경험이 큰 밑천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시늉에 그치고 있는 지방자치 수준을 정부가 높여주는 것도 전남의 낙후를 벗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광역자치단체에 조직권·지방재정권을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자리 늘려 인구 200만명 회복

김 지사는 전남의 긴급 현안 모두가 일자리가 부족한 데서 출발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자리가 없다보니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정든 보금자리를 옮겨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인구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면서 “그러다보니 생산력도, 소비력도 덩달아 떨어져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아예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남도 인구가 188만7991명”이라며 “매년 청년인구 6000명 이상이 빠져나가는데, 기업유치와 농수산업·관광산업을 살려내 인구 200만명을 회복시켜 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적인 일자리 정책으로, 한국전력이 주축인 나주 혁신도시에 ‘에너지신산업 사이언스 파크’를 조성하고, 한전공대를 설립해 관련 기업 1000개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여수산단과 나주 혁신도시 입주업체 지역청년 채용 확대, 섬과 바다 등 자연환경을 활용한 서비스업 활성화 등을 들었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으로 전남도청에 일자리정책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인구청년정책관’ ‘희망인재육성과’를 두기로 했다. 경기도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2017년 5079만명)을 효율적으로 맞기 위해 전남관광공사를 설립, 문화관광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대안도 내놓았다.

■ ‘농수산업 1번지’ 확고히

전남도는 농업과 수산업 분야에서 ‘전국 1위’다. 쌀 등 주요 농산물 13개 품목에서 전국 1위, 수산물 생산량 57%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가공·유통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주소비처인 수도권과의 거리도 멀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김 지사는 “온화한 기후, 깨끗한 자연, 풍부한 일조량 등으로 전남의 농수산업은 여전히 특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젠 생산하는 농수산업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올리도록 하고, 수출에도 정성을 쏟도록 정책 전환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선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보급해 생산비를 줄이면서 소득을 올리도록 하는 쪽으로 농수산 정책을 다시 짜겠다”며 “정부 지원을 받아내 먼저 대형유리온실 단지인 ‘스마트팜 밸리’를 조성해 친환경적이고 규격화된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급형 스마트팜 시설을 크게 확대하고, 친환경 농업혁신단지, 유전자 조작 없는 식재료(Non-GMO) 생산기지, 아열대 작물 재배단지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 1인 가구 증가와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에 대비한 거점별 식품산업푸드밸리도 만들기로 했다.

장흥·고흥·진도 간척지와 영산강 하류 등 6곳에 대규모 수산양식장을 만든다. 전남도 주력품종인 전복·해삼·새우 등을 생산하고, 가공과 유통을 담당할 시설도 함께 넣는 고소득 수산양식장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또 낙지·꼬막·해삼을 키우는 친환경 어장을 조성하고, 해조류 식품산업도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 SOC 확충 마무리할 터

김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이용섭 광주시장으로부터 ‘광주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이전을 이끌어냈다. 무안국제공항은 2007년 개항했지만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민·군 광주공항의 국내 노선을 넘기지 않고 계속 운영하는 바람에 활성화되지 못해 왔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호남고속철도 무안공항 경유가 확정되고 조만간 광주공항(민간공항만)까지 이전되면 정말 튼실한 SOC 하나를 갖게 되는 셈”이라면서 “지금껏 외국 나들이를 위해 4~6시간 걸려 인천까지 가야 했던 수고도 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활발한 동서교류를 위해 현재 목포~부산 남해안철도 전 구간을 복선전철고속철도도 놓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한창 공사 중인 이 철도는 부산~마산~진주~광양~순천 구간만 복선전철화하고, 나머지 목포까지 구간은 단선비전철로 놓고 있다. 김 지사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을 직접 만나 전 구간을 복선전철로 놓도록 하는 데 온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면서 “현재 6시간 걸리는 목포~부산 거리를 2시간30분으로 줄여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남해안 철도가 놓이게 된다면 정부가 구상한 ‘H’자형 남북경협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ㅂ’자형으로 확대해 국토 전체가 그 열매를 나누는 기반도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목포~제주 해저철도’ 건설도 정부를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 ‘제주~목포~서울’ 고속철도는 잦은 폭설 등 기상이변으로 갈수록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면서 “남북화해시대를 맞아 이 철도를 유라시아 철도와 잇는다면 국토 서부축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산단·혁신도시기업, 협력 강화

국내 최대 화학단지인 여수산단엔 296개 기업이 입주해 연간 생산액이 8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낡은 시설 탓에 노동자 사망 등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여수시의회 등은 울산 등 타지역 대기업들의 지역협력사업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가장 먼저 여수시민들을 만났는데, 대기업들이 벌이에만 신경 쓰고, 지역 협력엔 무심하다는 말씀을 해서 그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타지역보다 지역기여도가 낮다면 지역과의 동반성장을 더욱더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주 혁신도시 공기업의 지역발전사업에 대해서도 충고를 했다. 한전 등 나주에 내려온 공기업 15곳은 혁신도시법에 따라 올해부터 지역협력사업을 펼치도록 돼 있다. 한전이 5600억원, 농어촌공사가 5400억원 등 1조1800억원을 쓰기로 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시행해온 사업을 짜맞추기하고, 사전에 지역사회와의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점을 겨냥했다. 김 지사는 “지역에서 갈급하는 문제를 담지 못하고 예전에 해오던 고유사업이 대부분이라는 평을 하고 싶다”면서 “좀 더 열린 자세로 지역사회와 협의하고, 지역인재들을 보듬는 사업이 포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과세자주권 보장해 줘야

김 지사는 “전남과 같은 낙후된 지역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말 그대로 지방분권을 실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정부가 자치단체의 조직권·재정권·사업시행권 등을 꽉 쥐고 있으면 지역이 살아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특히 세제개혁으로 지방자치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국가와 지방의 재정사용비율이 40 대 60인데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8 대 22인 상황을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국세인 소득세·법인세 등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고 이를 지역균형차원에서 낙후지역에 차등 배분하는 것도 묘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남의 경우 지역특성에 맞는 낚시세·관광자원세·신재생에너지발전시설세 등을 신설할 수 있도록 과세자주권을 보장한다면 살림형편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면서 “정부가 앞장서 세제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방자치 수준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국가발전도 그만큼 더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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