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목표도 성과도 없는 사회부총리제를 어떻게 할까요

2018.11.05 22:11 입력 2018.11.06 01:12 수정

사회부총리 역할·권한 모호

황우여(2014·11·19~2016·1·12) - 회의 횟수 14 회

황우여(2014·11·19~2016·1·12) - 회의 횟수 14 회

이준식(2016·1·13~2017·7·4) - 회의 횟수 16회

이준식(2016·1·13~2017·7·4) - 회의 횟수 16회

지난 2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한 달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사립유치원 비리 이슈가 사회를 휩쓸면서 부총리보다는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에 무게중심이 쏠렸습니다. 사실 사회 관련 부총리는 세월호 사건 이후 급조된 자리로, 4대까지 오면서도 ‘부총리’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습니다. 교육부 장관일 때와 어떤 것이 달라졌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사안이 얽힌 정책이슈들이 점점 많아지며 협치와 정책조율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목표와 방향, 정책수단도 불분명한 부총리 제도, 이대로 좋은지 점검해 봅니다.

■ ‘세월호 덮기용’ 애매한 부활

2014년 11월 황우여 첫 취임 후
4명째 부총리 불구 존재감 미미

“세월호 사건 때 국면전환용이었죠.” “사실상 세월호 무마용 아니겠습니까.” 현재의 사회부총리가 어떤 취지로 생겼는지를 묻자 전문가마다 서슴지 않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회부총리 신설이 결정된 것은 세월호 사건 한 달여가 지난 2014년 5월27일이었습니다. 전국이 들끓고 민심 이반이 심각한 때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여 국정을 운영하면서 국무회의나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만으로는 분야별 정책을 조정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며 “교육·사회·문화를 총괄하는 부총리를 둬 비경제정책 분야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그해 11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됐고, 황우여 장관이 초대 부총리에 올랐습니다.

법률상 명칭은 그냥 부총리입니다. 주관하는 업무 성격상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사회부총리가 주재하는 ‘교육·사회 및 문화 관계장관회의’(이하 사회관계장관회의) 규정에 따르면 이 회의의 취지는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의 수립과 추진, 현안과 중장기 계획의 효율적인 협의와 조정”입니다. 잘되고 있을까요.

김상곤(2017·7·5~2018·10·2) - 회의 횟수 13회

김상곤(2017·7·5~2018·10·2) - 회의 횟수 13회

■ 성과는 안 나오는…회의를 위한 회의?

2015년 2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황우여 부총리부터 이준식, 김상곤 부총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43차례 사회관계장관회의가 열렸습니다. 초창기 “월 1회의 정례회의와 수시회의로 격주에 한 번 개최”를 목표로 하던 규정은 현재 “회의는 매월 넷째 주 금요일 개최가 원칙”으로 바뀌었습니다. 회의 참석자는 9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 교육·사회 및 문화 정책을 보좌하는 수석비서관 등입니다. 의제는 각 부처에서 발표를 앞둔 큰 정책이나 범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들을 개별부처의 요청이나 교육부의 제안으로 선정하게 됩니다. 회의는 1시간 정도 진행되며, 평균 2~4개 정도의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이제껏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들을 보면 무엇을 위한 회의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장관들이 꼭 이렇게 모여야 하나 생각이 드는 세세한 내용부터, 몇 년 임기의 장관들이 회의 한 번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을 정도로 광범위한 내용도 있습니다.

‘광복 70주년, 태극기 사랑 70일 운동 추진계획’ ‘위해외래종과 불법보유 멸종위기 야생생물 관리강화방안’ ‘폐업신고 간소화 업종 확대계획’ 보고, 성인문해교육 활성화를 위한 범부처 협력방안 논의를 꼭 9개 부처 장관이 모여서 해야 할까요.

국민이 체감하는 지속가능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수립 추진계획안,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 사회정책 활성화 방안 논의 등은 또 어떻습니까. 회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의 이후가 더 궁금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의제여도 회의에서 두 번 논의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의 수립과 추진”이라던 회의의 목적은 유명무실해진 듯합니다.

이런 비효율이 답답했는지 김상곤 전 부총리는 지난 6월22일 2018년도 제6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마지막 안건으로 회의 운영방식 개선방안을 올렸습니다. 당시 보도자료엔 “정부는 사회관계장관회의가 밀도 있는 사회분야 정책 논의의 장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 의제 발굴 및 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범부처 협업이 필요한 과제는 우선적으로 상정하기로 하였다”라고 써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회의가 밀도 있는 논의의 장이 안되거나, 적극적으로 의제 발굴이 안되거나, 범부처 협업 의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유은혜(2018·10·2~ ) - 회의 횟수 1회

유은혜(2018·10·2~ ) - 회의 횟수 1회

■ 부총리제 작동 안되는 이유

경제부총리, 예산권 행사가 ‘힘’
사회부총리는 마땅한 수단 없어

전문가들은 사회부총리제의 정책조율 업무가 잘 안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부처 칸막이가 높고 협업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 간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의 경우, 강력한 부처이기주의에 막혀 조정이 쉽지 않다. 이제까지 사회부총리는 상징적, 부분적 권한 외엔 없어, 무늬는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근세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도 “부총리 제도를 굳이 두는 이유는 대통령의 통솔 범위가 너무 크고, 장관들 간 상호조정보다는 위계적 조정에 익숙한 국가문화의 결과로 보인다. 예산이라는 막강한 레버리지가 있는 경제부총리와는 달리, 사회부총리는 수단이 없으니 결국 조율이 잘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참석자가 중복되는 회의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도 피로도를 높입니다. 매주 화요일에는 모든 국무위원(장관)들이 참석하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매주 목요일에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가 열리고, 수요일 경제관계장관회의의 참석 대상에도 사회부처 장관들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행정부 전체 18개 부처 장관 중 외교안보 쪽 4개 부처를 뺀 대부분의 장관이 매주 서너 개의 회의에 참석하는 셈입니다. 긴급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총리 주재로 각종 관계장관회의도 열립니다. 당장 기억나는 회의만 해도 사립유치원, 메르스, 포항 지진, 밀양 병원 화재 등 사회부처 관할 관련 회의가 총리 주재 회의로 열렸습니다. 모두가 모든 것을 논의하는 상황입니다.

[송현숙의 만만한 시사](5)목표도 성과도 없는 사회부총리제를 어떻게 할까요

■ 사회부총리제, 미래를 읽어야

복지·노동·환경·여성 이슈 부각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문제들
협력·조정이 정책 성패 좌우
부처 칸막이 낮출 방법 찾아야

사회가 복잡해지며 문제도, 해결책도 여러 주체가 함께 찾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보육, 교육, 저출산, 고령화, 좋은 일자리, 미세먼지, 미투, 일·가정 양립, 노동시간 단축…. 사회의 중요 이슈 대부분이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사회부처 현안들이고, 여러 부처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들입니다. 사회부처 간, 사회부처와 경제부처 간의 역할과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협력과 조정이 국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부처 칸막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1순위로 지적합니다.

김근세 교수는 “부처 단위로 주어지는 예산을 협업 예산이나 범부처 예산으로 두고, 성과도 기관 단위보다 업무 계획 단계부터 기관 간 성과목표를 정하고 그 결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문명재 교수는 “장기적 과제는 특정 주제의 자문위원회에서 그림을 그리고, 현안에 따라 관계장관회의를 활성화해 중단기 집행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 “부처이기주의가 심각한 만큼, 공무원 입직 초기에 적어도 3개 정도의 기관을 거치게 해 ‘나는 어디 출신’이라는 생각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도 제안했습니다.

사회의 관심이 복지와 노동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복지와 노동, 환경, 여성 이슈의 부각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경제와 교육은 발전시대, 개발도상국들의 중심 부처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이 일제히 교육부 폐지 또는 축소를 공약한 상황에서, 세월호 무마용으로 급조된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계속 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미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노동부총리제를 신설하겠다고 했고, 대통령직인수위 때마다 부총리제의 존폐와 함께 복지부총리제가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행정이 국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사회가 가야 할 가치를 먼저 그리고, 그쪽으로 길을 내고, 적절히 자원을 배분하는 일.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부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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