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차관 임명 며칠 전 황교안 장관 만나 제보받은 동영상 CD 알리고 심각성 전했다”

2019.03.27 22:06 입력 2019.03.27 22:12 수정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밝혀…황교안 “기억 안 나”

“김학의 차관 임명 며칠 전 황교안 장관 만나 제보받은 동영상 CD 알리고 심각성 전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59·왼쪽 사진)는 27일 “법사위원장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임명되기 며칠 전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62·현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이 국회에 온 날 따로 뵙자고 해서 제보받은 동영상 CD를 꺼내서 ‘제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기 때문에 이분이 차관으로 임명되면 문제가 굉장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당 황 대표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박 후보자가 즉시 “거짓말”이라고 재반박하면서 진위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김 전 차관 사건’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는데 그때 수사가 잘됐는지, 권력이 비호한 건 아닌지, 성접대 의혹이 밝혀졌어야 했는데 법사위원장으로서 일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질의를 받고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자는 “당시 김 전 차관이 임명되기 며칠 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온 날, 제가 따로 뵙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제보받은 동영상 CD를 앞에 꺼내서 황 전 장관에게 ‘제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기 때문에 이분이 차관으로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가 야당 법사위원장이지만,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간곡하게 건의하는 것’이라고 따로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법사위원장으로서 다른 사람보다는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좀 소상히 알고 있다. (황 대표가) 인지하고 계셨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학의 임명 만류’ 있었나 없었나…박영선·황교안 진실게임

황 대표 “법사위원장실 들렀지만…” 논의 없었다며 반박
박 후보자, 만남 상황 종이에 그려가며 “거짓말” 재반박
박지원 “박 의원과 자료 공유” 언급…한국당 청문회 거부

박 후보자는 김 전 차관의 임명 사실이 알려진 2013년 3월13일 야당인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소속 법사위원장이었다. 그는 “그 CD를 좀 봤더니 여성이 보기엔 부적절한 CD여서 처음에 좀 보다가 말았다. 많이 본 분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라고 했다.

이에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장관으로) 법사위가 열리면 당연히 위원장실에 들른다”면서 “(김 전 차관과 관련한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황 대표를 김 전 차관 임명 전 만났다고 한다’는 질문에 “제가 장관이 된 뒤 이틀에서 삼일 뒤 김 전 차관이 임명됐다”며 “언제 그런 상황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최종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검증팀으로부터) 검증 결과는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청문회 정회 중 기자들과 만나 “(‘기억 안 난다’는 반응이) 거짓말”이라고 재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상황을 종이에 그려가며 “법사위원장실에 탁자가 길게 있었는데 황 대표가 여기 앉았고 내가 여기 앉았고 (또) 한 사람이 서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 부분(김 전 차관 성범죄 의혹)을 충분히 황 대표가 알아들으실 만큼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황 대표와 김 전 차관이 각각 법무부 장관·차관으로 임명된 2013년 3월11~13일 사이에 법사위가 열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날짜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CD를 보지 않았다’는 황 대표 주장에 “CD를 내 책상에 가지고 있다고 (황 대표에게) 말했다. 직접 꺼내서 보여주거나 플레이를 하진 않았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경찰 고위관계자로부터 CD 동영상, 사진, 녹음파일을 받아서 이를 박영선 의원과 공유했다. 박영선 의원이 이 자료를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에게 이야기했는지 여부는 저는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정·관계 로비, 권력형 비리, 검경의 부실 수사, 여성에 대한 성착취 등 한국 사회의 온갖 부조리가 압축된 데다 제1야당 대표의 묵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박 후보자든 황 대표든 거짓말한 쪽은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민주당이나, 황 대표를 지켜야 하는 한국당이나 필사적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8시 성명을 내어 “더 이상 인사청문회를 농락하지 마시고 즉각 사퇴하라”고 비판한 뒤 청문회장을 떠났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