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최 감사원장이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9시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최 원장 사퇴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오후 5시 50분쯤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아쉬움과 유감을 나타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헌밥에 규정된 감사원장 임기제의 취지를 훼손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헌법상 감사원장 임기는 4년이다. 2018년 1월 임명된 최 원장 임기는 내년 1월까지로, 약 6개월 임기를 남겨놓고 사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감사원장 임기 중에 스스로 중도 사퇴를 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 전대미문”이라며 최 원장의 사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윤철·양건 전 감사원장이 중도 사퇴했지만 정권 교체로 인한 자연스러운 사퇴였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의 전임자인 황찬현 전 원장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임기가 보장됐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최 원장에 대한 사의 수용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와 비교해도 빠르게 이뤄졌다. 윤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사표를 냈을 때 문 대통령은 다음날 수리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원장직 수행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최 원장 사퇴로 최장 기간 재직한 강민아 감사위원이 원장 직무를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임 감사원장 임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향후 인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