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출발 ‘다누리’…성공 고비는 ‘발사 60분, 24시간, 이틀 뒤’

2022.07.24 21:50

달 궤도선 ‘다누리’가 임무 수행 중인 상상도. 다누리는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운영되는 한국 최초의 우주 비행물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 궤도선 ‘다누리’가 임무 수행 중인 상상도. 다누리는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운영되는 한국 최초의 우주 비행물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 이후 ‘정상 교신’ 이뤄져야
안정적 비행·임무 수행 판가름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

1969년 7월20일(미국시간) 인류 최초로 월면에 발을 디딘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달 착륙의 의미를 이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인류의 활동 범위를 우주로 확장시킨 일대 사건은 그렇게 전 세계인의 뇌리에 새겨졌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다른 천체를 탐사하는 과학기술에 큰 관심을 가질 만한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다음달 3일 오전 8시20분쯤(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만든 한국의 첫 번째 달 탐사용 궤도선 ‘다누리’가 발사될 예정이다. 인류의 첫 달 착륙 뒤 53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달을 탐사한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출발이 늦긴 했어도 한국의 도전이 큰 의미가 있는 이유다. 다누리는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운영되는 한국 최초의 우주 비행물체이기도 하다.

다누리가 달 상공에 도착하려면 발사 뒤 4개월 반이 걸린다. 그사이 임무의 성패를 가를 몇 번의 고비가 있다. 발사 직후 지상국을 향한 안테나가 정상적으로 펼쳐져 작동해야 한다. 달에 가는 비행궤도를 다잡을 최대 9차례의 ‘궤적 수정 기동’도 실수 없이 해내야 한다. 이 과정이 모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달을 탐사하게 된다.

내달 출발 ‘다누리’…성공 고비는 ‘발사 60분, 24시간, 이틀 뒤’

■ 연료 아끼려고 ‘부메랑 비행’

다누리가 달에 도착까지 4개월 반이나 걸리는 이유는 다누리가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으로 날기 때문이다. BLT를 구사하는 다누리는 지구에서 156만㎞ 떨어진 우주까지 날아갔다가 비행 방향을 돌연 반대로 바꿔 달 궤도로 진입해와야 한다. 마치 부메랑과 비슷한 궤적이다. 그런데 38만㎞ 떨어진 달에 가기 위해 156만㎞ 떨어진 우주까지 한참 날아갔다가 되돌아오는 건 어딘지 이상해 보인다.

이유는 연료 절감 때문이다. 아폴로 우주인들을 달에 보낸 비행 방식인 ‘직접전이’는 달까지 대략 4~5일, 다수의 달 탐사선이 주로 쓰는, 지구를 수차례 공전한 뒤 달 궤도에 진입하는 ‘위상전이’도 한 달이면 달에 도착한다. 그런데 BLT를 쓰면 이런 방식들보다 비행 기간은 길어도 연료를 25% 아낄 수 있다. BLT는 비행을 위한 힘을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에서 대부분 얻기 때문이다.

한국 연구진이 BLT를 쓴 건 애초 550㎏이 목표였던 다누리 중량이 개발 과정에서 678㎏으로 증가해서다. 연료를 더 소모하게 됐고, 달까지 가기 위해 ‘경제 비행’이 가능한 BLT를 선택한 것이다.

교신 뒤 4개월 반 비행기간 동안
최대 9차례 ‘궤적 수정’도 변수

■ 본격적인 교신은 ‘발사 24시간 뒤’

다누리가 BLT 형태로 달 궤도에 진입하려면 몇 번의 고비가 있다. 우선 교신이 잘돼야 한다. 첫 교신은 발사 60분 뒤다. 이때 다누리는 동체에 달린 소형 안테나로 자신의 각종 부품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 지상국에 정보를 보낸다. 조영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누리에 실린 배터리가 제대로 충전됐는지, 동체 자세는 제대로 잡혀 있는지 등을 지상에 알린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교신은 발사 24시간 뒤다. 이때 ‘고이득 안테나’를 작동시켜 지구의 지상국을 향한다. 이 안테나는 접시처럼 생겼다. 성능도 발사 뒤 60분 시점에 작동한 소형 안테나보다 좋다. 조 책임연구원은 “임무 기간에 지구와 교신하기 위해 주로 쓰는 안테나이며,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지상국과 고속으로 주고받기 위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고이득 안테나는 등산객이 챙기는 휴대전화와 같다. 휴대전화만 잘 챙기면 조난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처럼 고이득 안테나도 다누리가 임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확실한 통신 수단이다.

달 상공엔 올해 12월16일 도착

■ ‘미세한 궤적 수정’ 성공해야 달 진입

교신이 되고 나면 다음 관문은 다누리가 예정된 비행궤도를 타고 연구진 계획대로 달까지 날게 하는 일이다. 다누리를 날게 하는 주된 힘은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이지만 달 상공에 정확히 도달하게 하려면 미세한 궤적 수정이 필수다. 이 궤적 수정이 이뤄지는 건 발사 이틀 뒤부터다. 4개월 반의 비행 기간에 최대 9번의 궤적 수정 기동이 예정돼 있다.

궤적 수정은 축구 경기에서 득점을 노리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우리 측 진영에서 상대 골문을 겨냥해 강력한 킥을 날려서 한 번에 골인이 되는 일은 드물다. 득점을 하려면 공이 굴러가는 내내 상대 문전을 향해 우리 측 선수가 축구공을 톡톡 건드리는 ‘드리블’을 해야 한다. 다누리의 궤적 수정 기동이 이 드리블과 같은 의미다.

다누리가 달 상공에 잘 진입한다면 그 시기는 올해 12월16일이다. 같은 달 31일부터는 달 상공 100㎞에서 원 궤도를 그리며 돌게 된다. 내년 1월 시운전을 거쳐 2월부터 12월까지 운영된다. 연구진은 내년 중반에 다누리 상태를 평가해 연료가 예상보다 충분하다면 임무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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