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북방·남방계 ‘융합’…유전 구성 남방계 가까워

2017.02.02 04:00 입력 2017.02.02 09:47 수정
목정민 기자

동굴인 유전자, 갈색 눈·우유 소화 못하는 한국인과 비슷

동아시아인 ‘단일 민족’으로 불러도 될 만큼 동일성 높아

한국인, 북방·남방계 ‘융합’…유전 구성 남방계 가까워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가 소속된 영국·러시아·독일 국제 공동연구진이 한국인의 유전적 뿌리가 되는 ‘악마문 동굴인’의 게놈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한국인의 기원과 이동과정에 대한 비밀이 상당 부분 풀리게 됐다. 연구를 이끈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 소장은 1일 “한국인의 뿌리 형성과 그 결과를 설명하는 결정적 생물학적 증거를 찾았다”고 평가했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러시아 극동지방에 위치한 악마문 동굴에서 약 7700년 전 거주하던 고대인들의 뼈를 이용했다. 악마문 동굴은 1973년 처음 발견됐는데 9000년 전에서 7000년 전 사이에 인간이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곳에서는 5명의 인간 뼈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두 명의 두개골에서 게놈을 추출했다.

■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의 조상?

분석 결과 악마문 동굴에서 살던 인류는 현대 동아시아인들의 전형적 유전 특성을 갖고 있었다. 한국인처럼 갈색 눈과 삽 모양의 앞니 유전자를 가진 것이다. 이외에도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유전변이, 고혈압에 취약한 유전자, 몸냄새가 적은 유전자, 마른 귓밥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악마문 동굴인은 현대 동양인이 가진 얼굴이 붉어지는 유전변이는 갖고 있지 않았다. 이 유전변이는 외부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악마문 동굴인 게놈 연구를 주도한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장(왼쪽 사진)과 분석에 참여한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김학민, 전성원, 박영준, 조윤성 연구원. UNIST 제공

악마문 동굴인 게놈 연구를 주도한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장(왼쪽 사진)과 분석에 참여한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김학민, 전성원, 박영준, 조윤성 연구원. UNIST 제공

특히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의 조상과 거의 비슷했다. 악마문 동굴 근처에는 아직도 울지(Ulchi)족이라는 원주민이 살고 있는데 울지족은 악마문 동굴인의 후손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동굴 근처 원주민을 제외하면 현대인 가운데 이들과 게놈이 가장 비슷한 게 한국인이었다. 악마문 동굴인의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도 한국인과 같았다.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가 같다는 것은 모계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성원 UNIST 게놈연구소 연구원은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의 조상과 거의 비슷하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아시아 현대인과 악마문 동굴인의 게놈을 비교하자 동아시아 지역 현대인들은 조상들의 유전적 흔적을 지속적으로 간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천년간 이어진 인구 이동과 정복 및 전쟁으로 고대 수렵채취인의 유전적 흔적이 감소한 서유라시아인과는 대조되는 특징이다. 이를 통해 추측하면 동아시아에서는 적어도 8000년 전 이후로는 외부인 유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남방·북방계 융합된 한국인 조상

연구진이 악마문 동굴인과 현존하는 아시아의 인족(ethnic group)의 게놈 변이를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뿌리는 수천년간 북방계와 남방계의 아시아인이 융합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증거도 나왔다. 악마문 동굴인과 현대 베트남 및 대만에 고립돼 살고 있는 원주민의 게놈을 융합할 경우 한국인의 게놈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두 계열이 융합된 흔적이 분명히 나타났기는 했지만 한국인의 실제 유전적 구성은 남방계 아시아인에 가까웠다. 이는 수렵채집이나 유목을 하던 북방계 민족보다 정착농업을 하는 남방계 민족이 더 많은 자식을 낳고 빠르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렵채집 위주로 생활하는 북방 각 부족의 현재 인구는 수천에서 수십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단일민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른 인족보다 내부 동일성이 매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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