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발전단가는 저렴하다?…"높은 사회적 비용 뺀 주장"

2021.08.05 16:54 입력 2021.08.05 19:55 수정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원자력 발전은 전기를 싸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 사고 위험 관리 등 원전 특유의 ‘외부 비용’이 빠진 계산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감안할 경우 원전은 저렴한 발전 수단이 아니라는 뜻이어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찬반 양측의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원자력학회는 5일 ‘폭염 속 에너지믹스 논란 팩트 체크’를 주제로 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담은 ‘에너지믹스 특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늘린다면 2050년에는 태양광 용량은 154GW(기가와트), 풍력은 80GW를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용량의 각각 10배, 40배 이상이다. 이럴 경우 2050년에 전기 요금은 91~123% 오를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원자력학회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찬성 측이 모범사례로 꼽는 유럽 일부 국가의 전략이 한국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용훈 KAIST(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다량의 풍력발전을 추진하는 덴마크는 전력 수요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국토 전체에서 2017년 한국의 신고리 3호기 전력 생산량의 3배에 못 미치는 전력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날씨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생산되는 전력원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전력이 없을 때에는 다른 나라에서 사온다”며 “많은 나라들이 이런 정책을 취한다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원전은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발전 가격도 싸다고 원자력학회는 주장했다.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는 물론 풍력이나 태양광보다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력생산비용은 원전이 1kWh당 50원, 태양광과 풍력은 100~150원 수준이다. 특히 학회 측은 이날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공개한 세 가지 시나리오와 관련해 ‘비용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원전을 반대하는 측은 ‘원전의 전력생산 비용이 정말 싼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5일 기자와 통화에서 “원자력 발전 비용은 크게 ‘직접 비용’과 ‘외부 비용’으로 나뉜다”며 “직접 비용은 발전 원가를 뜻하는 건설비, 운전·유지비, 핵연료 구입비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원전을 짓고 돌리는 데에 드는 돈이다. 반면 외부 비용은 입지 갈등과 사고 위험에 따른 비용과 안전 규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설치와 관리에 따른 상실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른바 사회적 문제와 얽힌 간접적인 비용이다. 이 대표는 “현재 주장되는 ‘발전 단가’에는 외부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 원전의 경우 직접 비용 자체도 낮게 산정된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유럽은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원전의 돔 구조물에 이중 격납 처리를 하지만 한국은 단일 격납 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강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 건설비는 낮아진다는 것이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도 기자와 통화에서 “(원전을 통한 전력 생산비에는)지불되지 않은 비용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 아직 처분장도 없고 원전 해체도 미래의 일이어서 이런 ‘위험’이 저렴한 전력생산비용에 포함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안 국장은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면 비용을 아예 따질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다”며 “우리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원전 비중은 2050년 6.1~7.2% 수준으로 조정된다. 2018년 비중은 23.4%였다.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에너지 믹스’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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