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훔치고 공유까지…‘금기’ 깬 LG

2018.04.19 20:57 입력 2018.04.19 21:05 수정

더그아웃에 ‘KIA 구종별 사인’ 종이 붙여…유례없는 증거 적발

‘상대 사인 분석’ 묘미 있지만 페어플레이 어긋나…중징계 예상

사인 훔치고 공유까지…‘금기’ 깬 LG

프로야구 LG가 경기 중 더그아웃에 상대팀 KIA의 구종별 사인을 공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LG는 지난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더그아웃 출입구 한쪽에 상대 투·포수의 구종에 따른 코스와 구종을 판단하는 기준을 적은 종이를 붙여놓았다.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으로 “우타자 기준 몸쪽: 검지 왼쪽 터치, 바깥쪽: 검지 오른쪽 터치, 커브: 검지 중지, 슬라이더: 검지 중지 새끼, 체인포크: 검지 중지 약지 새끼”라고 적힌 A4 용지를 게시해 주자가 KIA 포수 사인을 보고 코스와 구종을 판단할 수 있도록 공유했다. LG 팀 차원에서 상대 사인을 읽어 경기에 이용했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경기 중 상대의 구종별 사인을 공식적으로 공유하다 적발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KBO리그 규정에는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이 있다. ‘1.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 2.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무전기, 휴대폰,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경기 중 상대 사인을 알아내 선수단 내부에서 서로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사인 훔치기 논란의 진위가 명확하게 가려진 적은 없다. 사인을 읽힌 쪽의 심증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LG는 증거를 남겼다. 야구는 세밀한 플레이 하나에 결과가 뒤바뀌는 종목이라 치밀한 작전이 뒤따른다. 가능하다면 상대 사인을 읽어내 활용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실제로 모든 팀이 전력분석을 통해 상대 사인을 연구하고, 반대로 상대에게 사인을 읽히지 않기 위해 여러 패턴을 만들어놓고 수시로 바꿔 보안 유지에 애쓴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야구의 묘미지만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당당한 행위는 아니고 공식적으로 용납될 수도 없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상대 사인 파악이 야구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전력분석이기도 하지만 규정상 금지돼 있고 상도덕에도 어긋나는 금기임은 명확하다.

LG는 사과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19일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태가 일어났다. 현장 책임자로서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며 “팬들과 야구 관계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중 상대 사인을 알아내 공유하는 비겁한 행위는 결코 하지 않았다”며 “전력분석팀이 상대 변화구 타이밍에 (1루)주자가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오버한 것 같다. 명백히 잘못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LG가 게시물을 붙인 위치는 더그아웃에서 라커룸으로 통하는 출입구다. 오로지 선수단만 출입할 수 있는 통로지만 정확히 벤치 내부인지는 해석해야 할 수 있다. LG가 해당 경기 중에 사용된 사인을 읽어내 즉시 공유한 것인지 전날 파악한 내용을 이날 공유한 것인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LG는 금기를 깼고 처음으로 그 증거를 들켰다. 그래서 외부에서 체감하는 충격이 더 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한다.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징계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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