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감독에겐 뭔가 있다

2017.05.14 21:18
류형열 선임기자

EPL·세리에A·분데스리가…유럽축구 3대 리그 우승 이끌어

이탈리아 출신의 첼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13일 웨스트브로미치를 1-0으로 꺾고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활짝 웃고 있다.  웨스트브롬 |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출신의 첼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13일 웨스트브로미치를 1-0으로 꺾고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활짝 웃고 있다. 웨스트브롬 | AFP연합뉴스

“왜 이탈리아 감독들은 강한가.”

첼시가 지난 13일 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오른 뒤 던져진 질문이다. EPL 우승팀은 2016년 레스터시티에서 2017년 첼시로 바뀌었지만 우승팀 감독의 출신 국가는 바뀌지 않았다. 레스터시티의 라니에리도,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모두 이탈리아 출신이다. 2009~2010시즌 첼시서 우승한 안첼로티, 2011~2012시즌 맨체스터 시티에 우승컵을 안긴 로베르토 만치니도 있다. 최근 8년 동안 4차례의 EPL 우승을 이탈리아 감독이 이끌었다. 1992년 EPL이 출범한 이후 잉글랜드 출신 감독은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세리에A 우승을 사실상 확정짓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올라 있는 유벤투스 알레그리 감독, 이미 분데스리가 우승을 결정지은 바이에른 뮌헨의 안첼로티까지 유럽 3대리그(프리미어리그, 세리에A, 분데스리가) 우승팀 감독이 모두 이탈리아인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국을 상대로 역사적인 월드컵 최종예선 첫 승을 따낸 중국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도 있다.

알레그리 감독(왼쪽), 안첼로티 감독

알레그리 감독(왼쪽), 안첼로티 감독

이탈리아 감독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전술과 조직을 중시하는 이탈리아 고유의 전통과 무관치 않다. 이탈리아는 전술의 천재들을 많이 배출했다. 2·3회 월드컵 대회를 제패한 비토리오 포조는 메토도 시스템을 창안해 플레이메이커 개념의 씨앗을 뿌렸다. 1980년대 AC밀란을 이끈 아리고 사키는 지역방어와 압박으로 현대축구의 틀을 만들었다. 전술가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축구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한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축구의 기술센터인 ‘코베르치아노’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리피와 콘테, 알레그리 등 대부분의 명장들이 코베르치아노에서 지도자 양성 과정을 거쳤다. 이곳 수강생들은 매 경기 플랜 A와 플랜 B뿐만 아니라 플랜 C까지 준비해야 한다. 기존 이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도록 요구받는다. 남들과 다르게 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 이탈리아의 방식이다.

콘테 감독이 첼시에서 한 것도 그것이다. 6라운드 아스널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콘테 감독은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시스템을 바꾸었다. 플랜 B를 가동한 것이다. 그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스리백으로 바꾼 이후 첼시는 13연승을 달렸다. 모지스, 루이스, 아자르가 스리백 시스템에서 자신의 장점을 활짝 꽃피웠다.

또 하나는 지도자를 키우는 이탈리아의 문화다. 이탈리아에선 감독들이 하위팀을 맡아 성적을 낸 뒤 명문팀을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하위팀에서 살아남으려면 전술에 능통해야 한다. 남과 다른 전략,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콘테는 여러 하위리그 팀들을 전전한 뒤에야 유벤투스에서 기회를 잡았다. 알레그리도, 사키도 마찬가지다. 경질되면 커리어가 끝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탈리아에서는 경질이 커리어의 끝이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 것도 다른 점이다. 안첼로티는 유벤투스에서 경질된 뒤 AC밀란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알레그리는 그 반대로 AC밀란에서 경질된 뒤 유벤투스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뛰어난 감독은 실패나 실수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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