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27·KRA)이 추구하는 유도는 멋진 유도도, 화려한 유도도 아니다. 한판이든, 유효든, 경고든, 판정이든 어떻게 해든 이기면 되는 유도였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승리뿐이었다.
그래서 김재범이 국가대표에 발탁됐을 때 유도인들은 수군거렸다.
“저게 무슨 유도냐? 저건 유도가 아니라 몸싸움이다.”
그의 변칙 유도는 정확한 기술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는 정통 유도와는 분명히 달랐다. 김재범도 스스로 “내 유도는 지저분하다. 그래서 나와 싸우는 걸 모두가 싫어한다”고 깨끗이 인정했다. 그렇게 비주류로 밀려난 ‘김재범식 유도’가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계기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그때 김재범은 은메달을 따냈다. 강한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면서 연장전을 거푸 치른 끝에 따낸 귀중한 투혼의 열매였다.
세계 1위 김재범은 1일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81㎏급 결승에서 올레 비쇼프(독일·랭킹 5위)를 유효 2개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를 꺾고 따낸 금메달이라 더욱 통쾌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유도가 따낸 첫 골드. 앞서 석연치 않은 판정번복으로 동메달에 머문 조준호(KRA), 부상으로 노메달에 그친 왕기춘(포항시청)의 한을 동시에 풀어준 시원한 금메달이었다.
상대들은 김재범이 어떻게 나올 줄 뻔히 알고도 속수무책이었다. 김재범은 8강전을 지도 3개로 이겼다.
앞선 16강전 승부도 지도 2개로 갈랐다. 기술도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 준결승에서는 절반을 따냈고 첫판인 32강전에선 밭다리걸기 유효로 이겼다. 다섯 판 전부를 자기 유도로 시작해 자기 유도로 끝냈다. 그랬더니 4년 전 놓친 금메달이 손아귀 안으로 들어왔다. 김재범식 유도가 비주류가 아니라 또 다른 주류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앞서 열린 여자 63㎏급에서는 세계 8위 정다운(23·양주시청)이 동메달 결정전에서 에만 제브리즈(프랑스·랭킹 2위)에게 연장 접전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