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강남지역보다 더 비싼 지역난방비 왜?

2011.01.16 20:59 입력 2011.01.17 11:38 수정

SH지역난방 연료 비싸고 배관 낡아 열 손실 커

구 전체가구 50% 정도 공급 ‘돈 더 내고 더 춥고’

지역난방을 하고 있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목화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아 냉기를 막고 있다.  |노원구 제공

지역난방을 하고 있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목화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아 냉기를 막고 있다. |노원구 제공

서울 노원구 주민 함모씨(57·중계4동 주공아파트)는 겨울만 되면 분통이 터진다. 강남지역보다도 비싼 난방비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두 해 전부터 서울시 산하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SH에너지사업단)의 지역난방을 이용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난방비를 내는 중앙난방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상당수 주민들이 “난방비가 싸다”는 업체 설명 등을 믿고 찬성했다.

◇노원주민 1만가구가 난방밸브 끈 사연 = 결과는 기대와 크게 어긋났다. 함씨의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 난방이 들어오는 실평수는 5.5평 정도다. 지역난방으로 바꿨지만 온도는 차가운 공기만 가시는 정도에 불과했다. 온수의 수온도 40도로 미지근한 정도였다.

지난해 2월 노원구의 한 아파트 가정에 난방비만 약 26만원이 부과됐다. |노원구 제공

지난해 2월 노원구의 한 아파트 가정에 난방비만 약 26만원이 부과됐다. |노원구 제공

그럼에도 첫 달 난방비가 30만원이 부과됐다. 전보다 춥게 지내고도 요금은 10만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함씨는 “지난해 겨울 요금 고지서를 처음 받고부터 아예 난방 밸브는 잠갔다”면서 “세 가족이 전기장판 2개와 전기난로에 의존해 올겨울을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물을 끓이고 밥을 하면 그제야 훈훈해져요. 그때서야 집안 공기를 데우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기가 없는 베란다의 하수관이 얼어버려 세탁기는 아예 사용할 수 없어요.”

함씨뿐이 아니다. 지난해 1월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로 이사온 박모씨(38)도 난방 때문에 고생이다. 입주 당시 갓 100일을 넘긴 아이가 있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항의했지만 ‘시설이 노후해서 그렇다’는 답만 돌아왔다.

박씨는 “이곳에선 춥게 한 달을 보냈는데 23평짜리 아파트에서 난방비만 지난해 2월에 26만원, 3월도 17만원이 나왔다”며 “전에 살던 비슷한 평수의 집은 겨울 동안 높은 온도로 살아도 난방비는 10만원대 중반이었다”고 말했다. 올겨울은 난방 밸브를 5분의 1만 열어놓는 대신 온풍기를 틀었다. 잘 때는 전기장판을 켠다.

이렇듯 함씨와 박씨처럼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지역난방비 때문에 난방 밸브를 잠그고 사는 노원구 주민은 무려 1만가구에 이른다. 이들은 전기장판과 전기난로에 의존한 채 힘겹게 겨울을 버티고 있다.

노원구, 강남지역보다 더 비싼 지역난방비 왜?

◇값비싼 LNG를 쓰는 탓 =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노원 주민들의 ‘한겨울 냉골’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16일 노원구에 따르면 난방 불편은 SH에너지사업단이 1996년부터 지역난방을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쓰레기 소각장을 만들면서 이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을 도입, 요금을 낮추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폐열의 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당초 SH가 소각열을 이용해 난방비를 낮추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LNG 비율이 83%에 달할 정도로 애초부터 계획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실제 강남보다 비싼 난방비를 부담하고 있다. 실제 강남구 등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20평형 요금이 평균 7만6000원 정도다. 값싼 폐열을 쓰는 비중이 76%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LNG를 주로 쓰는 노원구는 8만9000원 수준이다. 32평형의 평균 생산 단가도 비싸다.

특히 배관 부식 등으로 열손실률이 높아 가구당 사용요금의 경우 다른 지역난방 아파트보다 37.3%나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고 노원구는 설명했다. 저소득층이 많은 이 지역 주민들이 ‘부자구’라는 강남구보다 비싼 지역난방비를 내고 있는 셈이다.

현재 노원구에서만 9만6000여가구, 전체의 49.5%가구가 SH에너지사업단에서 지역난방을 공급받고 있다. 주민들은 자구책 마련과 항의 차원에서 난방을 중단했다. 노원구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1만가구 이상이 난방 사용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 SH에너지사업단은 상계4단지의 경우 중앙난방 때보다 40% 난방비용이 절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이 난방공급 밸브를 너무 많이 틀거나 소형평형의 경우 열량계 대신 유량계를 사용하다 보니 난방비가 높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지역에서 값싼 벙커C유 등을 사용할 수 없어 값이 비싼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한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문경성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기획경영실장은 “2014년까지 마곡지구에 지역난방 시설이 준공되면 다른 지역난방 업체보다 싼값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서민 칼럼] 아프지 맙시다

[최명애의 ‘여행은 힘이 세다’] 북극곰은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