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정은 "창비, 독자들에게 삿대질하는 느낌"

2015.11.06 15:07 입력 2015.11.06 16:53 수정
김여란 기자

“창비는 사과 뒤에 자꾸 ‘하지만’을 붙인다. 어렵고 단호한 어휘로 점점 더 많이 뭔가를 계속 붙이고 있다. 독자들에게 삿대질하는 느낌이 있다. 미안해, 하지만 당신들이 몰라서 그러는데…….”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황정은씨(39), 법학자 김두식씨(48)가 창비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지난 여름 불거진 신경숙씨 표절 논란 이후 창비의 행보와 입장을 비판했다.

최근 ‘창비 라디오 책다방 시즌2’(▶방송듣기)에 손님으로 나온 황씨는 “창비는 ‘하지만’을 바깥에 호소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향해 물을 수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그걸 볼 수 없었다. 창비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분명 있을 텐데 큰 선생님들 목소리만 들린다”고 말했다.

2013년 ‘창비 라디오 책다방 시즌1’을 진행하던 법학자 김두식씨, 소설가 황정은씨의 모습.

2013년 ‘창비 라디오 책다방 시즌1’을 진행하던 법학자 김두식씨, 소설가 황정은씨의 모습.

이 팟캐스트는 지난 10월 말 시작해 1회부터 신씨 표절 논란과 이후 불거진 논의들에 관해 작가, 평론가 등의 입장을 다뤄 왔다. 아나운서 박혜진과 문학평론가 송종원이 진행한다. 앞서 시즌1 방송은 황씨와 김씨가 2년 4개월 동안 진행했다.

방송에서 황씨는 “제가 정말 불편한 지점은, 왜 자꾸 창비 쪽에서 ‘하지만’을 붙여서 얘기하는가다. 대중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하고 창비가 설명하려는 내용이 괴리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표절 논란) 사태가 전개되는 동안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수치심, 모멸감 이런 걸 상당히 느꼈다. 그중 가장 크게 경험했던 게 창비 문학팀에서 발표한 첫번째 반박문이었다. 바로 또 사과문이 발표되서 창비가 이걸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뭔가 논의와 창비의 성찰이 있을 거라고 가을호를 기다렸는데 예상과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문학의 젊은 작가들은 이번 일로 안 보이는 존재, 있는 데 없는 존재가 되버렸다. 사태가 이렇게 된데 창비의 태도가 크게 한몫했다고 생각하는데, 창비는 이런 점을 간과하고 계속 ‘만약에 아니라면’을 붙들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창비와 백낙청 편집인은 지난 8월 가을호 계간지가 나오기 전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가을호 계간지에서는 창비가 준비한 기획 내용은 없었고, 다만 ‘전설’과 ‘우국’에 관해 ‘표절 논란을 자초할만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되지만 작가의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백낙청 편집인도 이를 지지한다고 밝혀 다시 논란이 일었다. 표절 논란에서 비롯된 사태에 관한 논쟁 혹은 설명은 창비의 팟캐스트와 주간논평, 다른 문학잡지 등 여러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황씨는 ‘(신씨 표절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 없다’는 창비의 입장도 반박했다. 그는 “6월에 표절 사태 터지고 나서 ‘표절이냐 아니냐’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았지만 대답을 당장 못했다. 표절에 관해서는 ‘만약에 아니라면’이라는 가정을 100% 저버릴 수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경향신문에 (신경숙씨) 인터뷰가 나온 이후에 나름의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국’은 그 작품을 읽었다는 걸 잠시 잊어버릴 수는 있는데, 다시 읽었을 때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재독, 삼독했을 때 읽었는지 여부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애매모호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국은 미시마 유키오라는 한 작가를 강렬하게 사로잡은 미학과 세계관이 정수로 표현된 작품이고 문장도 평범하지 않다”고 했다.

신씨는 지난 6월2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김두식씨도 “의도성을 단정할 수 없는 건 모든 문제에서 너무나 당연하다. (창비가) ‘의도성을 단정할 수 없다’는 표현을 자꾸 쓰는 자체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기에 대중들이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비가 책도 회수하고 표절을 인정하는 조치 등을 했지만, 우리는 떠밀려서 가진 않는다는 걸 너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우리가 이 논의를 합리적, 객관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 같은데, 독자들과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문단권력 문제에 대해서 “문학권력에 대해 창비나 문동 분은 한결같이 그런 거 없다고 얘기한다. 다만 내부 사람은 절대로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백낙청 편집인이 물러날 때가 됐을 땐, 백 선생과 평생 같이한 2인자 그룹도 한꺼번에 다 물러나야 한다. (그들의) 영향 안 받고 독자적 결정할 수 있는 새 세대에게 권한을 넘겨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황씨는 올해 대산문학상을 수상했고 앞서 이효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百의 그림자> <야만적인 앨리스씨>,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등을 펴냈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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