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팀 성적의 92%를 결정한다고? 시민구단 수원FC ‘열정’이 ‘기적’을 만들었다

2015.12.06 21:04 입력 2015.12.06 21:07 수정

K리그 챌린지서 클래식으로

“우리는 1부로 간다.” 수원FC 조덕제 감독(50)은 2013년 3월 실업축구에서 프로축구로 명패를 바꾸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구단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이름 있는 선수는 전무한 시민구단 감독인 그의 말은 그저 목표로만 들렸지만 3년 만에 현실이 됐다.

수원FC는 지난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2-0으로 누르며 내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2번째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명문팀 수원 삼성과의 ‘수원 더비’도 이뤄지게 됐다. 조 감독은 “모든 챌린지 팀의 꿈을 이뤘다.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수원FC 선수들이 지난 5일 구덕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2-0으로 꺾고 승격을 확정지은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 | 연합뉴스

수원FC 선수들이 지난 5일 구덕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2-0으로 꺾고 승격을 확정지은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 | 연합뉴스

2003년 창단된 수원FC는 수원시청이라는 옛 이름이 더 익숙하다. 수원시청은 2005년 실업축구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2012년까지 울산미포조선과 실업축구 최강을 다퉜다. 그러다 2013년 프로축구 2부리그인 챌린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아주대 감독을 거쳐 2012년 사령탑을 맡은 조 감독의 지휘 아래 챌린지 첫해 4위에 올랐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중위권인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 과감한 공격축구로 3위를 차지한 수원FC는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서울 이랜드FC와 대구FC를 제치고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그리고 1부리그 11위팀인 부산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이겨 1부리그 승격의 꿈을 이뤘다.

수원FC의 1부리그 입성은 챌린지에서 출발한 팀으로는 처음이다. 앞서 네 팀이 1부리그로 승격했지만, 모두 1부리그에서 탈락했다가 되돌아간 경우였다.

수원FC의 연간 예산은 50억원 안팎으로, 챌린지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구단의 절반 수준이다.

축구 저널리스트 사이먼 쿠퍼와 스포츠 경제학 교수 스테판 지만스키의 공저인 <사커노믹스>에 따르면 축구팀의 성적은 선수들의 연봉이 92%를 결정한다. 몸값이 높을수록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으니 성적도 좋아진다는 논리다. 수원FC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4100만원 안팎. 1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 연봉(1억6300만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다. 그러나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기적을 만들었다.

조덕제 감독

조덕제 감독

4년간 한솥밥을 먹으면서 조직력을 다졌기에 가능했다. 조 감독은 “개인 기량에선 뒤질지 몰라도, 조직력에선 우리가 최고”라고 자부했다.

실제로 수원FC는 외국인선수도 숙소 생활을 자청할 정도로 하나의 팀으로 뭉쳤다. 몬테네그로 출신 골잡이 블라단은 “팀으로 뭉치려면 내가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 따로 집을 잡아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부리그로 승격하면 주전 중 상당수가 원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하고, 군 입대를 앞둔 선수도 많았지만 승리를 위해 뭉쳤다. 부산과의 1차전을 하루 앞두고 경찰청 입단테스트를 받은 김재웅은 “무조건 경기를 뛰겠다”며 출전을 자청했다. 내년 상주 상무 입대가 확정된 임성택과 수원 삼성에 복귀해야 하는 김종우도 부산과의 2차전에서 선제골을 합작했다.

조 감독의 남다른 ‘눈’도 위력을 발휘했다. 대학이나 실업에서 성공하진 못했지만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팀의 기둥으로 키웠다. 번외지명으로 영입한 정기운이 6골·4도움을 올렸고, 일본 4부리그 격인 FC오사카에서 데려온 골잡이 자파는 22골로 승격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제 수원FC는 생존이라는 목표를 위해 또다시 뛰어야 한다. 조 감독은 “이제 시작이다. 클래식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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