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파괴 멈춰라” 유럽에 간 아마존 원주민들의 외침

2019.11.06 16:39 입력 2019.11.07 22:03 수정

한 아마존 원주민이 지난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서 열대우림과 원주민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한 아마존 원주민이 지난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서 열대우림과 원주민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 원주민 지도자들이 유럽을 찾았다. 이들의 유럽행은 불법 벌목업자·광부들에 의해 아마존 숲이 더 파괴될 것이라는, 숲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더 살해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원주민들은 유럽연합(EU)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열대우림·원주민 보호에 미온적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 및 AP·로이터 통신 등을 종합하면 원주민 지도자들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회의장을 찾아가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열대우림·원주민 보호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FTA 체결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6월 EU와 메르코수르는 FTA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는데, 체결 조건에는 브라질의 파리기후변화 협약 준수 항목도 담겼다. 이 협약은 203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벌채를 완전히 종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주민 지도자 중 한 명인 소니아 과자자라는 “EU와 메르코수르의 FTA는 브라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볼 수 없게 가려버릴 것”이라며 “대량학살을 내버려두는 일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벨기에를 포함해 유럽 12개국을 돌며 보우소나루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한 비난을 이어갈 예정이다. 과자자라는 “우리는 아마존 숲이 세계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원주민들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숲과 원주민을 지키는 대신 벌목·광산·농업 분야 지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열대우림 벌채 사업을 선정하는 운영위원회를 폐지하고, 국제사회의 기부로 조성되는 ‘아마존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1월 보우소나루 정부가 들어선 이후 브라질 아마존에선 숲 파괴와 원주민 살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가 위성 관측 자료를 토대로 집계해보니 올 7월 초에 파괴된 열대우림 면적이 지난해 7월 한달 동안 파괴된 면적보다 70% 가까이 늘었다. 브라질원주민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원주민 땅을 향한 공격은 160건, 2018년 한해 일어난 109건보다도 많았다.

브라질 아마존 ‘숲 수호대’의 파울로 파울리노 과자자라(가운데) 등 ‘숲 수호자’들이 지난 4월 자신들의 터전인 아라리보이아 원주민보호구에서 수호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서바이벌인터내셔널 제공. |AFP연합뉴스

브라질 아마존 ‘숲 수호대’의 파울로 파울리노 과자자라(가운데) 등 ‘숲 수호자’들이 지난 4월 자신들의 터전인 아라리보이아 원주민보호구에서 수호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서바이벌인터내셔널 제공. |AFP연합뉴스

지난 2일에도 원주민 지도자인 파울루 파울리누 과자자라가 벌목업자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목숨을 잃었다. 과자자라는 ‘숲 수호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의 죽음에 원주민들은 “제도화된 대량학살을 멈추라”며 정부가 숲 파괴자들에 청신호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원주민협의회는 “원주민 땅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는 것은 원주민 혐오 발언을 해온 정부의 원주민 정책 기조를 즉각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우리 땅은 공격받았고, 우리의 지도자들은 살해되거나 범죄의 대상이 됐는데도 정부는 원주민들을 버려두고 있다”고 했다. 국제단체인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의 한 연구원은 “수년간 이들에게 폭력과 살해 위협이 있었는데도 많은 이들이 처벌받지 않았다. 당국이 원주민의 땅을 보호하려는 열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EU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환경문제가 EU와 메르코수르의 FTA 체결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U 회원국들은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아마존 환경연구소의 수석 과학자인 파울로 무티노는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 숲이 우리에게 주는 큰 이익을 지키고 싶다면, 원주민들이 이 땅에 살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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