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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난민캠프에도 불어닥친 코로나 공포

2020.05.01 20:37 입력 2020.05.01 20:44 수정
김기남 사단법인 아디 변호사

우리 일상이 변했다. 마스크,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개학 등 이전 일상과는 사뭇 다르다. 물리적 거리는 유지하되 정상적인 일상을 위한 다양한 기제를 도입한 결과다. 그중 이동의 제한은 우리 일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동 제한은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데 어떤 나라는 외출을 금지하거나 도시를 봉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출장과 여행도 어렵다. 이는 인도지원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엄청난 제약이다. 현장 활동은 물론 현장 방문도 불가능하다.

[기고]로힝야 난민캠프에도 불어닥친 코로나 공포

인도지원 현장에서 감지되는 두려움과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자국의 박해를 피해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생존자들에게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효과적인 역할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웃국가와 단체들이 약속한 인도지원은 자국 내 위기로 인해 현실화될지 우려가 크다. 이들에게 난민캠프 생존자들의 존재는 잊혀졌다. 인류애도 시험대에 올랐다.

얼마 전 하심은 다소 다급한 목소리로 로힝야 캠프의 상황을 전했다. “캠프 밖으로의 출입이 제한되고 식량배분을 제외한 활동은 전부 금지됐어요. 밖에 나갔다가 군인에게 걸리면 엄청 구타당해요. 사람들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어요.” 방글라데시 의료 당국은 3월 말 확진자가 급증할 조짐을 보이자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리고 인구의 이동을 통제했다. 거리에는 대중교통이 멈췄다. 4월29일까지 710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중 163명이 사망했다. 난민캠프가 위치한 콕스바자르에서는 24명이 확진으로 판명됐지만 다행히 아직 캠프 내의 확진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유엔은 위기단계로 격상하여 대응하고 있지만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캠프에서 확진자가 한 사람이라도 발생하면 들불처럼 집단감염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1㎢당 4만명의 사람들이 밀집해있는 거주환경과 열악한 공동체의 역량, 그리고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의료대응 체계는 모든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예방조치는 미비하다. 캠프 내 활동가인 할리마는 “걸린 사람 옆에만 가도 걸린다든지, 걸리면 정부가 죽인다든지 등의 가짜뉴스가 돌고 있어요. 인터넷이 차단되어 있어서 정보전달에 어려움이 있고 예방 교육과 물자배분이 너무 부족해요”라고 한다. 감염 사례가 발생한다면 캠프는 외부와 완전히 봉쇄될 것이고 식량과 의료 지원에 심각한 제약이 생기게 되어 결국 난민들이 감염으로 죽거나 굶어죽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소수민족으로 지난 60년간 이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의 생존자들이다. 2017년 미얀마 정부의 집단살해, 강간, 구타, 방화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처를 찾아왔다. 약 100만명의 로힝야족은 캠프에서 국제사회가 제공하는 쌀, 콩기름, 콩 등만을 배급받으며 열악한 생존환경에서 버텨왔다.

로힝야족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로부터 멸족의 박해를 받아왔고, 지금까지 척박한 환경의 난민캠프에서 간신히 생존해 왔다. 그리고 지금 전무후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로힝야족이 느끼는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크기는 미루어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미래를 말하기 시작했다. 변화된 세상이 가져올 ‘새로운 일상’이 모두에게 긍정적이길 바란다. 죽음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야기하고 우리가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류애의 가치가 지켜지기를, 그리고 인권이 증진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가 우리들 사이의 연대를 견고하게 했듯이 그 연대의 힘이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사람들과도 함께하기를 바란다. 로힝야 사람들과도.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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