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신촌역 광고판 훼손…"명백한 증오 범죄"

2020.08.02 16:13 입력 2020.08.02 18:37 수정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성소수자 혐오 반대 광고가 2일 훼손됐다. 이 광고에는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란 문구가 적혔다. 독자(트위터 계정 @isye0202) 제공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성소수자 혐오 반대 광고가 2일 훼손됐다. 이 광고에는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란 문구가 적혔다. 독자(트위터 계정 @isye0202) 제공

서울 한 지하철역에 게시됐던 성소수자 혐오 반대 광고가 2일 훼손돼 임시 철거됐다. 성소수자 단체의 신고로 마포경찰서가 수사를 맡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지난달 31일 게시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공동행동’ 광고판이 이날 새벽 훼손됐다. 게시된 지 이틀만에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겼다. 역을 오가던 시민들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알려졌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지난 5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5월17일)을 앞두고 ‘얼굴되기’ 캠페인을 진행해 광고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의 얼굴 사진을 모아붙여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란 문구를 적었다.

공동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광고 훼손은 명백한 증오범죄”라며 “일벌백계해 증오에 기반한 폭력은 어떤 방식으로도 용납될 수 없음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걸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오후 5시쯤 마포경찰서 서강지구대에 신고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단체는 “성소수자들이 자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후원하며 제작한 광고는 공동체의 성과였다. 일상 속에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는 함께 평등의 가치를 높이며 공존을 모색해보자는 제안이었다”며 “게시 이틀만에,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훼손한 것은 성소수자들에게 공공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위협을 가하고 혐오를 과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형법상 재물손괴일 뿐 아니라 성소수자 증오에 기인한 폭력이고 범죄”라며 “경찰 신고 등을 통해 끝까지 범인을 찾아내고 책임을 물리겠다. 훼손된 광고가 다시 게시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경찰 수사 요청이나 광고주 측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경과 파악 등 협조하겠다”고 했다.

무지개행동 활동가들은 이날 오후 신촌역을 찾아 철거된 광고판에 포스트잇으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문구를 다시 만들어 붙였다.

2일 오후 신촌역 광고판이 훼손된 자리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포스트잇으로 문구를 다시 만들어 붙였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제공

2일 오후 신촌역 광고판이 훼손된 자리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포스트잇으로 문구를 다시 만들어 붙였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제공

단체들은 지난 5월 2호선 홍대입구역에 광고를 게시하겠다고 서울교통공사에 신청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성소수자 관련 광고는 ‘의견광고’에 해당하며 한 달 이상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통보한 뒤, 지난 6월11일 심의 결과 불승인됐다고 알렸다. 단체들은 지난달 7일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서울교통공사는 같은달 13일 재심의 결과 승인됐다고 통보했다. 광고는 지난달 31일부터 8월 한 달간 신촌역에 게시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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