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의 거장' 레온 플라이셔 타계

2020.08.03 11:22
문학수 선임기자

레온 플라이셔. 경향신문 자료사진

레온 플라이셔. 경향신문 자료사진

‘왼손의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가 2일(현지 시간) 타계했다. 향년 92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의 3일 보도에 따르면 플라이셔는 미국 볼티모어의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그의 아들 줄리안 플라이셔는 아버지의 사인을 암이라고 발표했다.

고인은 30대 중반에 찾아온 오른손 마비에도 연주자, 지휘자, 교육자로서의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미국 음악계의 거장이다. 16세인 1944년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고, 1952년 미국인 최초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조지 셸이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던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집’은 지금도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는 음반이다.

하지만 한창 전성기에 오른손의 네번째, 다섯번째 손가락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37세 되던 해부터 아예 손바닥 안쪽으로 바짝 꼬부라진 채 펴지지 않았다. 그러자 고인은 왼손으로 연주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휘에도 도전, 미국 각지의 오케스트라들을 객원 지휘하면서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고인의 삶은 일종의 투쟁이었다. 간간이 증세가 호전되면 양손으로 연주했다. 특히 1982년 볼티모어 심포니와 협연했던 프랑크의 ‘심포니를 위한 변주곡’은 음악계를 들뜨게 했다. 당시 언론은 ‘17년만의 재기’로 대서특필하면서 플라이셔의 양손 연주를 축하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손은 다시 빳빳하게 굳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에 기적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해 2004년 <Two Hands>를 발표했다. 양손으로 귀환했던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10만장이 넘게 팔렸다.

그 이듬해 고인은 한국을 찾아와 연주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등에서 펼쳐진 당시 연주회에서 ‘왼손’과 ‘양손’을 골고루 선보였다. 양손을 모두 사용해 바하의 칸타타 208번 중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와 슈베르트의 ‘소나타 B플랫 장조’를 연주했다. 또 왼손으로는 현대작품 가운데 자신에게 헌정되었던 조지 펄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과 레온 커쉬너의 ‘왼손을 위하여’ 등을 연주했다. 브람스의 ‘샤콘느’도 왼손으로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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