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계 파업 속 환자 사망, 그래도 파업한다는 전공의들

2020.08.28 20:36 입력 2020.08.28 20:37 수정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셋째 날을 맞은 28일 오후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셋째 날을 맞은 28일 오후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40대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 동안 전전하다 끝내 사망했다. 119구급대는 지난 26일 밤 음독한 남성을 태우고 부산·경남 지역 대학병원 6곳과 2차 진료병원 7곳에 20여차례 치료 가능 여부를 타진했으나 되돌아온 것은 인력부족 등 이유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이 환자는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7일 오후 목숨을 잃었다. 의정부에서도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30대 환자가 병원 4곳을 돌다 치료를 받지 못해 양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두 사례 모두 의료계 파업으로 인한 야간 의료진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생명 손실이 발생해 안타깝다.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는 멈출 기세가 아니다. 28일에도 신규 확진자 371명이 추가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현재 유행 상황이 지속되면 다음주에는 하루 800~2000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고 대규모 유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0일 끝나는 수도권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2단계를 1주일 연장하고, 카페·음식점 등의 운영시간을 제한하는 등 방역을 강화키로 했다. 시민의 일상이 멈추는 3단계로 가는 일만은 막겠다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중증환자 병상은 20여개로 줄었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집단 휴진·파업·진료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2차 총파업은 28일로 끝났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무기한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이틀 전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수도권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전공의·전임의·개원의 등 회원 단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입으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원장 등 의과대학 교수들은 제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잇따라 냈고, 일부는 제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최악의 의료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시민들이 생명을 잃는 순간에도 정부를 향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라는 젊은 의사들의 이기주의와 그에 동조하는 교수들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엄중한 시국이라는 사실에 공감한다면 의료계는 하루속히 파업을 끝내야 한다.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 일말의 공백 없이 코로나19 방역과 시민 건강·안전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취지와 요구사항은 충분히 피력했다. 집단행동으로 정부 뜻을 꺾겠다는 입장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옳다. 코로나19 재확산 공포 속에 의료 공백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보이지 않나. 정부도 단호하게 대처하되, 귀를 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