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들은 연애를 얼마나 할까? 가끔 편의점에서의 콘돔 판매량 같은 걸로 이런 걸 추정하려는 시도도 있는데,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냥 줄어들 것 같다는 막연한 추정을 할 뿐이다. 일본 40대 남성의 3분의 1가량이 어떤 이유로든 혼자 산다고 하는데, 이게 아마도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그것도 약간 막연하게 추정할 뿐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노비로 태어나 미국으로 도망간 사나이가 조선에 돌아와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노비들도 연애를 하고 자녀를 낳았는데, 한국 자본주의에서 많은 청년들에게 연애는 사치가 되었다. 진보든 보수든, 이런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초식남, 초식녀 얘기가 한참 유행했는데, ‘초식’ 현상은 이제 한국에선 사건 축에도 안 든다. 여기에도 토건의 음모가 좀 숨어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어가는데도 더 집을 지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토건은 “1인 가구가 늘어가니 집은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의 집권층은 1인 가구 현상을 즐겼다. 주류 언론도 마찬가지. 그래야 아파트 광고가 계속 들어오니까 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촉발이 솔로 현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경악을 했었다. 1960년대 핵가족 현상과 함께 중산층이 교외의 넓은 단독주택에서 사는 게 유행했다. 아빠만 희생하면 나머지 식구들은 편안할 수 있다. 세단과 밴을 두 대씩 갖는 미국 중산층의 삶의 패턴, 자원은 많이 쓰지만 어쨌든 아름다워 보였다. 솔로 현상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전형적이다. 혼자 사는데, 굳이 멀리 살 필요가 있나? 도심으로 솔로들이 돌아오면서 비어가는 교외 주택단지에 경제 취약계층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게 금융공학과 만나면서 결국 폭탄이 되어버렸다.

이건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진행된다. 한국에서 솔로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홍대 인근. 낡은 집이라도 ‘방살이’가 가능하고, 문화는 풍성하다. 토건 정부는 출판사를 파주로 보내려 하지만, 작은 출판사들은 계속 홍대 근처로 모여든다. 혼자 사는 젊은 에디터들이 그곳을 선호한다. 혼자 사는 방송사 비정규직 작가들이 주로 사는 곳을 보면 최근의 흐름이 읽힌다.

한국의 많은 청년들에게
사치가 되어버린 ‘연애’
급등한 도심의 부동산 가격
청년들은 교외에서 ‘고립’
연애 못하는 나라는 망한다

문재인 정부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도 치명타를 안겼지만, 솔로들에게는 지옥을 열었다. 구도심도 집값이 올라가고, 이와 연동해서 방값도 올라가니까 미국 솔로들과는 달리 먼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일종의 세대 착취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생겼다. 집값은 오르고, 서로 만날 일도 줄고, 연애 대신 우울증이 청년들을 찾아온다. 그렇다고 직장에서라도 좀 인간적인 대접을 받느냐? 직장 민주주의가 지체된 직장에서는 50대 간부들이 청년들에게 머리를 빌리는 대신, 몸을 쓰게 만든다. ‘워라밸’이라는 단어의 유행은 지체된 직장 민주주의의 결과가 아닌가?

부자들은 막 태어난 자식에게 아파트를 증여한다. 이제는 중산층도 자녀에게 연애하라고 차마 말을 못한다. “집은?” 대답할 방법이 없다. 청년의 92%가 혼밥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정치는 이런 청년들에게 해법을 줄 생각이 없고, 표만 달라고 한다. 연애하기 힘든 나라를 넘어 연애는 곧 죽음인 시대가 되었다. 출산? 낙태하면 범법자가 된다. 돈 거 아냐? 여자 혼자 옴팡지게 다 뒤집어쓰게 하니, 여성들은 남성들이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 합계출산율 0.6 수준인 지자체들도 토건에만 관심 있지, 왜 자기네 동네에 청년들이 점점 더 없어지는지 고민도 안 하는 것 같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도심에서 근교로 청년들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흩어진 청년들은 문화 없는 신도시에서 고립된다. 자기 자식에게 더 좋은 학교와 더 좋은 직장을 주는 데에만 관심 있는 한국의 ‘신주류’들은 자기네 지지층이 연애를 하는지 마는지, 정말 아무 관심도 없다. 그래서 현 정부의 ‘정의론’은 공허하다. 미국에서 부시 시절 보수적 교회들이 출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연애와 출산, 모두 경제정책의 결과들이다. 토대를 변화시키지 않고 ‘가족의 미덕’을 아무리 얘기해봐야 다 꽝이다. 부동산에서 낙태금지까지, 현 정부는 결과적으로 연애와는 상극인 정부가 되었다. 연애를 해야 애가 태어나든지 말든지 할 텐데, 함부로 아이 가졌다가는 큰일 난다는 협박이 이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정상 가족’을 넘어 ‘정상 연애’를 강조하는 정권, 뭐가 진보적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안 그래도 연애할 생각이 없는데, 혹시라도 했다가는 감옥 간다는 얘기만 청년들에게 하고 있다.

노무현은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외쳤다. 지금은 ‘나 혼자 산다’와 ‘혼밥특공대’가 청년의 상식이고 젊음의 보편이다. 부자와 민주투사의 자녀만 결혼하는 나라, 이런 경제는 망한다. ‘연애하기 좋은 나라’, 이게 한국의 경제기조 1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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