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배구 학폭 미투’ 안일한 구단들

2021.02.14 21:02 입력 2021.02.14 21:15 수정

여자배구 이재영·다영 자매 이어 남자 송명근·심경섭도 도마에

흥국생명, 미온적 대처…OK금융은 “두 선수 불출전 의사 수용”

피해자·팬들 비판 고조 속 프로야구 ‘신속·엄정 대처’ 다시 부각

들끓는 ‘배구 학폭 미투’ 안일한 구단들

현직 프로배구 선수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고 있다. 가해 선수의 소속 구단이 사과문을 발표한 뒤 추가 조치를 조속히 내놓지 않아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14일 현재 학교폭력 가해 선수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와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사진 오른쪽)·심경섭(왼쪽)이다.

프로배구에 불고 있는 학교폭력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바람에 가장 먼저 불을 지핀 것은 여자배구의 간판스타 이재영·다영 자매다.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뭘 시켰고 피해자가 계속 거절하자 가해자가 칼을 가져와 협박을 함” “더럽다고 냄새난다고 옆에 오지 말라고 함” “툭하면 돈 걷고 배 꼬집고 입 때리고 집합시켜서 주먹으로 머리 때림” 등 쌍둥이 자매에게 당했던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지난 13일에는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교폭력 사실을 폭로하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글쓴이는 노래를 부르라는 배구부 선배의 지시를 거부했다가 폭행을 당했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고환 봉합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글쓴이는 “당시의 힘든 기억이 잊혀지지 않고 평생 갖고 살아야 할 육체적 통증이 있다”며 “12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첫 폭로가 나온 지난 10일 구단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재영과 이다영은 개인 소셜미디어에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OK금융그룹도 가해 사실을 즉각 시인하고 구단 명의의 사과 성명을 냈다. 송명근과 심경섭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기 위해 전화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수들이 저지른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비해 구단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티캐스트 프로그램 <노는 언니> 측이 이재영·다영 자매 출연분의 ‘다시 보기’를 발빠르게 삭제하는 등 사회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보는 반면, 구단의 현실 인식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단은 한국배구연맹 규정에 프로 입단 전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서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밝혀진 선수를 구단 차원에서 징계한 선례가 있다. 키움은 2018년 1차 지명 신인 안우진에 대한 학교폭력 폭로가 이어지자 정규시즌 50경기 출장정지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NC는 2021년도 1차 지명 신인 김유성의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자 지명을 철회했다.

흥국생명이 주저하는 사이 13일 오후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폭력을 추가 폭로하는 피해자가 한 명 더 나왔다. 이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런 식으로 조용히 잠잠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거라면 그때의 일들이 하나씩 더 올라오게 될 것이다. 아직도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이재영과 이다영은 팀 숙소를 떠나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주 내로 징계 여부와 수위를 발표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OK금융그룹 송명근은 이날 개인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고 자숙 차원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과 심경섭의 불출전 의사를 수용하고, 다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지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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