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I·로봇·자율주행·드론…니가 왜 미술관에서 나와?

2021.02.15 21:50 입력 2021.02.15 22:58 수정

VR·AI·로봇·자율주행·드론…니가 왜 미술관에서 나와?

다원예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가 열리고 있다. 권하윤 작가의 관람객 참여형 VR 퍼포먼스 작품인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위 사진)와 3월 16일부터 선보일 서현석 작가의 작품 ‘X(무심한 연극)’(아래)의 한 장면.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다원예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가 열리고 있다. 권하윤 작가의 관람객 참여형 VR 퍼포먼스 작품인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위 사진)와 3월 16일부터 선보일 서현석 작가의 작품 ‘X(무심한 연극)’(아래)의 한 장면.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 멀티버스’ 개막
과학기술과 현대미술의 융합, 낯설지만 흥미로운 작품들

전통적인 예술 형식과 경계를 허무는 다원예술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장르와 학제 등을 넘나들며 융·복합 작업을 통해 예술의 영역을 크게 넓히면서다. 표현 방식의 확장에 목말라하는 현대의 젊은 예술가, 특히 시각예술가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자 단비로까지 여겨진다. 젊은 관람객층의 호응 속에 영상과 음악·연극·퍼포먼스 등을 넘어 이제 첨단 과학기술도 작가들에겐 작업의 중요한 재료다.

최첨단 과학기술은 우리 일상생활은 물론 근본적인 사유체계, 감각까지도 변화시킨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느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새로움을 갈망하는 작가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19세기 튜브 물감 발명이 화가들의 인식과 작업과정을 확 바꾼 것처럼 첨단 과학기술이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업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설날인 지난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가 개막했다.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선보인다는 취지 아래 2017년부터 해마다 펼쳐오는 미술관 프로그램이다. 올해 주제는 ‘멀티버스(다중우주·Multiverse)’다. 물리학의 ‘다중우주론’을 뜻하는 멀티버스는 우리 우주 외에 여러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우주와 세계를 인식하는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영화나 SF에서 다뤄져온 멀티버스가 미술관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을 통해 과학기술과 현대미술의 융합 상황, 시각예술가들의 구체적인 다원예술 작업을 만나는 자리다.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LiDAR센서 같은 자율주행 기술,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드론 등을 이용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 낯설지만 흥미로운 작품을 통해 작가들은 기존의 인식과 감각체계를 뒤흔드는 체험을 의도한다. 인간의 감각체계나 지각행위를 되돌아보고, 인간과 기술의 관계 등을 사유하게 만든다.

VR·AI·로봇·자율주행·드론…니가 왜 미술관에서 나와?

6명(팀)의 작가가 참여한 행사는 12월까지 6차례에 걸쳐 소개된다. 먼저 권하윤 작가가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를 지난 12일 개막했다(3월28일까지). 작가의 감독 아래 10여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만든 관람객 참여형 VR 퍼포먼스 작품이다. 관람객은 VR 헤드셋을 쓰는 순간 작가가 창조한 환상적인 가상세계를 만난다. 작품의 핵심은 가상세계의 내용이 아니라 현실세계와 허구의 가상세계가 연결되는 순간의 체험, 나아가 허구세계와 현실세계의 구성 조건이나 관계에 대한 탐구다. 특히 가상세계 속 관람객의 몸짓과 이를 지켜보는 현실 속 관람객 움직임들이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는 작품이다.

뒤이어 서현석 작가의 ‘X(무심한 연극)’가 3월16일~4월16일 공개된다. 작가는 서울관 5전시실을 3D 스캔한 후 VR로 구현한다. 관람객은 VR 장비를 착용하고 이 가상공간 속의 빈 전시실을 체험하며 현실과 가상에 대한 감각, 괴리감 등을 느껴본다.

안정주·전소정 작가의 ‘기계 속의 유령’은 5월 중 선보인다.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고속의 경주용 드론이 미술관 바닥과 천장에 설치된 구조물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실시간 촬영 영상을 보여준다. 다양한 이미지들과 어우러진 영상은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 예정이다.

6월 중에는 김치앤칩스의 작품 ‘헤일로(Halo)’와 ‘무제’를 미술관 마당과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만난다. ‘헤일로’는 수학적 원리를 활용한 99개의 거울장치와 햇빛·바람·물과 같은 자연적 요소를 이용했으며, ‘무제’는 천체망원경용 거울과 정교한 기계장치를 활용한 작품이다. 신선한 시각적 체험이 가능하다.

정금형 작가의 ‘장난감 프로토타입’은 8월에 예정돼 있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만든 DIY 로봇 ‘장난감’의 제작 과정, 작동 모습을 통해 로봇과 인간,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본다.

10월에는 후니다 킴의 ‘디코딩되는 랜드스케이프’가 선보인다. LiDAR센서와 컴퓨터 비전기술 등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설치작품이다. 인간을 압도하는 기술의 지각능력을 통해 미래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을 전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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