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는 3일간 무소식…‘재택 방치’가 된 코로나 재택치료

2022.02.06 21:10 입력 2022.02.06 21:17 수정

‘재택’ 환자 폭증 추세…최근 이틀간 하루 1만명 넘어

보건소 담당 직원, 확진 판정 사흘 뒤 연락한 사례도

광주선 고교생 사망…보건소 업무 과부하 개선 시급

<b>내 차례는 언제…</b>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6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 검사(천막 안)와 신속항원검사(천막 바깥)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다인 3만8691명을 기록했다.   한수빈 기자

내 차례는 언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6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 검사(천막 안)와 신속항원검사(천막 바깥)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다인 3만8691명을 기록했다. 한수빈 기자

인천에 사는 A씨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방에 틀어박혀 가족들과 격리됐다. 다음날까지 보건소에선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오후 늦게 연락한 보건소에선 감염경로 관련 질문만 할 뿐이었다. 지난 2일 오전 재택치료 안내문을 문자메시지로 받았다. 보건소는 그날 오후에 다시 연락해 감염경로에 대해서만 또 물었다. 재택치료 환자를 담당한다는 직원의 연락은 3일에야 왔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사흘 만이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 폭증에 따라 재택치료 환자도 빠르게 늘면서 환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A씨가 겪은 일처럼 일선 보건소에선 재택치료 수칙 안내나 물품·약품 전달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재택치료 환자는 설연휴 직전부터 하루에 7000~8000명씩 늘기 시작해 최근 이틀 동안은 하루 1만명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재택치료 환자 증가세는 정부 예측보다 빠르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로는 정부가 이날 상정한 재택치료 역량 16만3000명에도 3~4일 내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재택치료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관리하는 관리의료기관은 532곳이다. 현재 병원급이 464곳, 의원급이 68곳이다. 3일 461곳에서 사흘 만에 70개 넘게 늘었다. 하지만 정작 환자 관리 역량은 15만5000명에서 8000명가량 느는 데 그쳤다. 규모가 작은 의원급 기관 한 곳이 맡을 수 있는 환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관리 역량이 늘어난 데는 동네 병·의원 참여 증가보다는 환자 모니터링 횟수를 줄인 영향이 크다. 당국은 지난 3일부터 모니터링을 60세 이상, 기저질환자, 50대 미접종자 등 집중관리군은 하루 3회에서 2회로, 나머지 일반관리군은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의사 1인당 맡는 재택치료 환자 수는 100명에서 150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환자 개개인은 의료 관리에서 소외됐다고 느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결국 정부가 일선 보건소의 다른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무증상 환자에 대해선 증상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의료 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채윤태 성남시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모니터링 간호사 숫자를 계속 늘리고 있지만, 보건소에서 환자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배정을 받는 데부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재택치료를 할 수 있는 기관과 의료진을 추가 확보하는 게 필요하고, 고위험군이 아닌 무증상 환자는 아예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재택치료를 받았던 고등학생이 격리 해제 나흘 만에 숨졌다. 광주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재택치료를 받고 격리가 해제됐던 고등학생 B군(17)이 지난 4일 사망했다”고 6일 밝혔다. B군은 자가격리 중이던 지난달 2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B군은 집에서 1주일간 재택치료를 하고 지난달 31일 격리가 해제됐다. 격리 해제 이후인 지난 3일 B군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진다”고 재택치료를 관리했던 병원에 상담을 요청했다. 같은 날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B군은 4일부터는 상태가 나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6시43분쯤 숨졌다. 대학병원은 B군의 사망원인을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폐색전증’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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