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E도 분식회계 의혹’

2002.07.01 18:49

미국의 기업회계부정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도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은 잭 웰치 전 회장 재직시절인 1999~2000년 자사의 기업연금을 통해 21억달러의 이익을 실현했다는 GE의 과거 실적보고에 의혹이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그 기간 GE의 기업연금이 주가하락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이 정도 규모의 이익을 올렸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톡옵션 등 기존 미국기업 경영관행에 비판을 가해온 미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도 “GE를 포함, 제너럴 모터스, 엑손 등 미국 간판기업들이 기업연금 운영이익을 끌어다가 회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기업연금은 기업과 노동자가 공동으로 돈을 내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 수익을 올려 노동자들의 퇴직 이후 및 노후 비용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90년대 기업연금이 급증하면서 미국 증시 활황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월가에서는 “기업연금 투자실적을 기업이익에 끼워넣는 관행은 대형 기업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라며 “투자분석가들의 실적 전망치를 충족시키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기업연금 투자실적을 포함함으로써 기업실적이 실제보다 과장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물론 반영과정에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했다.

분석가들은 “GE뿐 아니라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경영실적을 분식했을 것으로 믿게 되는 정황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업연금에서는 구체적 수치가 드러나지 않지만 숫자가 있는 미 정부 발표의 국내총생산(GDP) 통계와 기업발표 내용을 비교하면 의심은 확신에 근접하게 된다.

지난 5년동안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96.2%로 발표됐다. 반면 정부 GDP 통계 기업부문의 이익증가율은 36.1%로 기록됐다. 두 수치간 차이에 비례해 미국기업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안치용기자 ah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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