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뿔난 미국 “자금 지원 끊겠다”

2011.11.01 21:33 입력 2011.11.02 10:05 수정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을 빌미로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재정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은 유감스럽고, 조급했으며 중동에 정의와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눌런드 대변인은 또 “미국은 유네스코에 재정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며 “이달 중 유네스코에 제공될 6000만달러의 지원금은 집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유네스코 연간 예산의 22%를 분담해왔다. 눌런드 대변인은 다른 유엔 산하기구들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행정부는 의회와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네스코 재정지원 중단 결정은 미국 국내법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국제기구에 재정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1990년에 제정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유네스코 재정지원 중단은 미국의 단호한 의지가 담긴 대응조치가 아니라 사실상 자동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법적 조치다.

이번 조치로 유네스코가 타격을 받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미국 역시 심각한 국익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에 이어 각종 유엔 산하기구에 가입하기 시작할 경우 이 법은 미국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이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모든 국제기구에 대해 재정지원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원 중단 조치에는 회원국의 의무인 분담금 납부 중단도 포함된다. 분담금을 일정 기간 납부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국제기구에서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을 정지당해 투표권과 발언권을 상실하게 된다.

만약 팔레스타인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회원국이 되면 미국은 구글·애플 등 자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 역할을 해온 이 기구에서 영향력을 잃게 된다. 또 팔레스타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하고 미국이 IAEA 재정지원을 중단하면 핵 비확산의 국제적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해진다. 물론 미국은 이 법을 그대로 둔 채 의회 입법이나 대통령 명령으로 예외조항을 만들어 이 같은 불상사를 피할 수는 있다. 눌런드 대변인이 이날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옵션들이 가능한지를 놓고 의회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법적 예외조항 신설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조지 부시 전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 대신 국제기구를 통한 세계질서 확립을 내세우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 원칙은 크게 손상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사태로 미국을 쥐고 흔드는 ‘유대인 파워’의 폐해와 미국의 치부가 고스란히 노출됨으로써 향후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을 반대하려는 미국의 명분은 더욱 옹색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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