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미국 경제권에 쉽게 들어갔지만 결국 미국에 예속”

2011.11.27 22:03 입력 2011.11.30 16:47 수정

갤러거 미 교수 “대부분 신자유주의 신봉한 우익정부

중남미 국가들이 “이익이 확실치 않다”는 지적에도 2000년대 미국과 활발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것은 당시 신자유주의를 신봉한 우익정부 때문이라고 밝힌 논문이 나왔다. 논문은 FTA가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케빈 갤러거 미국 보스턴대학 교수(국제관계학)는 지난 9월 발표한 <안정과 성장 팔아먹기: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미국의 무역협정>에서 중남미 개발도상국들이 미국식 FTA를 도입한 배경에는 정치·경제적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논문을 보면 지난 20년 동안 중남미 지역에서 체결된 FTA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미국과 FTA를 할 경우 이익이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지만 중남미 국가들이 앞다투어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유로 갤러거 교수는 “체결 당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우파정권이 장악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갤러거는 “지난 25년간 세계 어느 개도국 지역보다 중남미에 신자유주의 이념이 가장 깊게 침투했다”며 “신자유주의 정신은 당시 정책 결정을 하는 중남미 우익 엘리트 관료에게 만연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테크노폴’(정치성향을 가진 관료)들이 1990년대 이후 중남미의 시장 자유화에 가장 앞장섰다”며 “이들은 FTA가 미국과 자국에 서로 도움이 되는 ‘윈-윈’전략이라고 자신했다”고 설명했다.


<b>과테말라, 쓰레기 하천이 삶의 터전</b>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하층민들이 지난달 19일 ‘광산’이라고 불리는 시내에서 가장 큰 쓰레기매립장 하수구의 오염된 물속에서 고철을 줍고 있다. 이곳에서 고철을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하층민은 매일 수백명에 이르며, 이들은 하루 최저생계비의 약 두 배인 150퀘찰(약 2만원)을 벌기 위해 쓰레기 더미에 깔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과테말라시티 | AP연합뉴스

과테말라, 쓰레기 하천이 삶의 터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하층민들이 지난달 19일 ‘광산’이라고 불리는 시내에서 가장 큰 쓰레기매립장 하수구의 오염된 물속에서 고철을 줍고 있다. 이곳에서 고철을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하층민은 매일 수백명에 이르며, 이들은 하루 최저생계비의 약 두 배인 150퀘찰(약 2만원)을 벌기 위해 쓰레기 더미에 깔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과테말라시티 | AP연합뉴스

실제 당시 미국과 FTA나 양자간투자협정(BIT)을 체결한 국가 중 니카라과(2004년), 코스타리카(2004년), 과테말라(2004년), 페루(2006년), 엘살바도르(2004년), 멕시코(1992년) 등 14개 국가의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우익정부였다. 협정 체결 당시 도미니카공화국(2004년), 우루과이(2005년), 자메이카(1994년), 칠레(2004년) 등 4개 국가만이 좌익 성향으로 분류됐다.

갤러거 교수는 이들 국가가 경쟁하듯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이유로 “중남미 국가는 지리적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서로 먼저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이웃 국가를 라이벌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논문에 따르면 수출에 유리한 중남미의 산업계는 서로 동맹을 맺고 정부의 FTA 체결을 재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FTA는 중남미 국가들을 더 살기 좋게 만들지 않았다. 갤러거 교수의 분석을 보면 중남미 국가들의 대미 FTA는 지역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서 개별적으로 무역을 하는 것보다 실익이 더 적었다.

“중남미, 미국 경제권에 쉽게 들어갔지만 결국 미국에 예속”

2005년 세계은행이 만든 시나리오를 보면 브라질·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국가들이 FTA 등 지역무역협정을 체결해 얻는 이익이 9억달러라면 FTA 없이 무역을 할 경우 163억달러의 이익이 발생한다. 이를 세계의 개발도상국 전체로 확대해보면 개도국들이 FTA를 체결할 경우 215억달러의 손실이 생기는 반면, FTA를 하지 않을 때는 1080억달러의 이익이 생긴다. FTA가 개도국보다는 선진국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갤러거 교수는 “미국과의 무역협정으로 인해 이들 국가는 일시적으로 미국 시장에 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특혜를 얻었으나 그 이후 미 경제권에 예속됐다”면서 “초기 미국에 의존해 일시적으로 수출이 늘기는 했으나 결국 금융규제를 완화해 투기자본만 고수익을 누렸으며 국민의 복리후생은 줄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남미 국가가 미국과 FTA를 맺는 것이 경제성장의 입장에서 이득이 별로 없으며, 정부의 관세 수입이 줄어들고 오히려 중남미 국가 간의 교역은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갤러거 교수는 “자유무역이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개도국의 경제정책을 무력화한다”며 미국이 한국, 콜롬비아 등과 FTA를 맺는 것을 공공연하게 반대해온 학자다. <자유무역과 환경: 멕시코와 나프타를 넘어> 등 무역 및 개발과 관련된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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