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자유 지키는 비용”…미, 러시아 에너지 수입 끊는다

2022.03.10 00:53 입력 2022.03.10 00:54 수정

유가 상승 감수…주내 법안 처리

EU는 높은 러 의존도에 미온적

영국 “올해까지 단계적 중단” 동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와 미국 내 기름값 상승을 우려해 남겨뒀던 최후의 제재 카드를 마침내 꺼낸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은 금수 조치에는 동참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줄여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 조치로 이미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국제 유가와 미국 내 기름값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제재 카드 꺼낸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으로서 전 세계 석유 수출량의 11%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및 석유 제품 가운데 약 8%가 러시아산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를 지키는 데는 비용이 든다. 나는 처음부터 이에 관해 미국인들에게 솔직하게 말했다”면서 이번 조치로 인해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이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초당적 합의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 미 의회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함께 상원과 하원에서 이번주 내로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관련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휘발유 평균가격은 1갤런(3.79ℓ)에 4.17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휘발유값이 가장 비싼 캘리포니아주는 갤런당 5.29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가격이 4달러를 넘어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전쟁은 이미 주유소에서 미국 가정들에 해를 입히고 있다”며 휘발유값 상승의 책임을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돌렸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일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러시아에서 철수해 솔선수범했다면서도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들이 이번 기회를 악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입 금지 대신 축소 택한 EU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유럽 등 서방과 별개로 독자적으로 취한 조치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아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각 나라가 자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우리는 유럽 국가가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를)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EU는 천연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수입한다. 이 중에서도 가스 48%, 원유 25%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수입 중단 대신 의존도를 줄여나갈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30년까지는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독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는 10~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EU 정상 회의에서 이번 제안의 신속한 이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집행위의 발표는 단기간에 실행이 불가능하며 일종의 목표일 뿐 회원국들에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영국이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와 석유제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며 미국의 제재에 동참했다. 크와시 쿠르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연말까지 영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8%에 해당하는 러시아산 석유와 4%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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