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불행, 궁지 몰렸던 서방 정상들에겐 ‘부활 기회’

2022.03.10 00:58

러시아 때리기 앞장서며 존슨 영국 총리·바이든 미 대통령 지지율 반등

푸틴과 독대한 마크롱, 재선에 청신호…숄츠 독일 총리도 이미지 변신

(왼쪽부터)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왼쪽부터)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연일 러시아에 맞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해온 서방 정치지도자들에게 전쟁은 뜻하지 않은 ‘기회’가 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때리기에 앞장서면서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지도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파티를 즐겼다는 ‘파티 게이트’로 사퇴 위기에 내몰렸다. 여야 모두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존슨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은 쑥 들어갔다. BBC는 영국 정가의 모든 논의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에 대한 외교적 대응에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존슨 총리는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 퇴출, 푸틴 측근들에 대한 자산동결, 영국 기업들의 투자 철회 촉구 등에 앞장서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강경한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1982년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포클랜드 전쟁을 계기로 열세를 회복하고 이듬해 총선에서 승리한 것처럼 존슨 총리의 정치 생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취임 1년여 만에 조기 레임덕 우려까지 나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지율이 반등했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7%였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달 15~21일 조사보다 9%포인트 올랐다.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대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 등으로 추락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세가 뚜렷해진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에 대한 지지도는 한 달 전보다 18%포인트 오른 52%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을 ‘전쟁광’으로 비난하고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대러 제재를 주도하며 강한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일 르피가로가 발표한 3월 정치인 신뢰도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5%였다. 취임 첫해인 2017년 7월 이후 최고치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여준 외교적 행보가 그를 경쟁자들에 비해 돋보이게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비교해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독일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까지 올리기로 발표하는 등 ‘강한 독일’ 만들기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숄츠 총리의 국방력 증강 계획에 대한 찬성 의견은 63%, 반대 의견은 25%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도 전쟁 이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 기관 VTsIOM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2월27일 기준 전 주보다 6% 오른 70%였다. 러시아 당국이 전쟁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 수천명을 잡아들이고 언론 통제도 강화하면서 푸틴이 철권통치 기반을 더욱 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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