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강경고수속 타협 저울질

2001.06.01 19:36

‘벼랑 끝에 몰린 와히드 대통령이 반격의 칼을 뽑을 것인가’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할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가 오는 8월1일 개최를 확정한 가운데 와히드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그가 택할 카드는 ‘강경대응을 통한 정면돌파’와 ‘정치적 타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면돌파 카드로는 우선 ‘친정체제 구축 후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들 수 있다.

와히드는 MPR 특별총회 소집이 결정된 이후에도 사임 거부 의사를 거듭 천명하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 및 의회 해산을 위협했다. 그는 1일 “나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가의 존재가 위협받을 경우 주저없이 강경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전단계로 조만간 대대적인 군수뇌부 인사를 단행해 친정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군부와 각료들이 강권발동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주변에서는 개발도상15개국(G15)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떠나는 3일쯤 수뇌부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새로 임명한 군부가 와히드 뜻대로 움직일지가 의문이어서 이같은 극약처방이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달리 거론되는 대안으로 대대적인 사정 작업을 통한 정치인 압박이다.

정적들의 운신 폭을 제한하면서 탄핵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이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은 8월 MPR 특별총회 소집 이전에 현재 진행중인 정치인들에 대한 부패사건 수사를 종결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중인 부패사건은 159건으로 전·현직 거물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상당수 판·검사들이 와히드에 대해 비우호적이어서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밖에 지지자들을 동원한 과격 시위도 와히드가 꺼낼 수 있는 반격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30일 국회 총회 이후 과격 시위는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불씨는 잠복해 있다. 와히드의 최대 기반이자 회원 4천만명의 대규모 이슬람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의 시위를 통해 탄핵을 저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력 동원 시나리오는 전국적인 소요사태를 불러일으켜 자칫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치적 타협이라는 대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반와히드측에서도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은 지난 31일 기자들에게 “특별총회 소집이 결정됐지만 정국 타개를 위한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특별총회 소집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탄핵 추진 강경파들의 움직임이라는 변수가 있다. 집권 국민각성당(PKB)의 한 의원은 “왜 두달이나 기다려야 하느냐”며 “(탄핵을 질질 끌면) 정국불안과 경제혼란을 야기해 국민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홍민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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